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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 위에 펼쳐진 여고시절은 재즈처럼 흥겹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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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를 나눠 마시며 졸음을 쫓던 여고생들이 12년 만에 모였다.

중앙일보 ‘강남 서초 송파&’이 마련한 ‘즐거운 수다-동창회’에서다. 단발머리 10대 소녀들은 30대 성숙한 여인들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고시절로 돌아가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은 핸드드립을 배우고 수다를 떨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글=송정 기자 , 사진=김진원 기자

중앙일보 ‘강남 서초 송파&’이 마련한 동창회에서 동덕여고 84회 졸업생 다섯 명이 모였다. (왼쪽부터)김민정·위문형·정진수·이혜영·윤윤미씨.

지난 6일 오후 3시 폴 바셋 아라리오갤러리 청담점. 동덕여자고등학교(서초구 방배3동) 84회 졸업생 다섯 명이 만났다. PR 회사에서 일하는 정진수(31·방배동)씨, 서울대 의과대 법의학교실에서 연구 중인 이혜영(방배동)씨, 삼성SDS에서 근무하는 윤윤미(잠원동)씨,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김민정(신원동)씨, 종합기술검사 전문기업 KNDT&I에서 화학 분석을 하는 위문형(방배동)씨다. 모두 이과반 출신이다. 이들은 “고교시절 이과반이 4개반밖에 안 돼 이과생은 반 구분 없이 다들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고교 친구들을 만나 옛 추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추억을 더하고 싶은 진수씨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이날 모인 동창생들 중에는 고교 졸업 후 자주 연락해 온 친구도 있었지만 12년 만에 얼굴을 본 사람도 있었다. 문형씨와 윤미씨는 고교 졸업 후 처음 만났다. 문형씨는 “몇 년 전에 반포동쪽에서 윤미를 봤는데 차 안에 있어 인사를 못해 아쉬웠다”며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고 좋다”며 웃었다.

핸드드립 배우며 여고생 된 듯 노트 필기

여고 동창회 참석자들이 커피 핸드 드립을 배우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명함을 주고 받으며 안부를 묻느라 바쁜 이들의 대화가 잠시 멈췄다. 특별한 동창회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핸드드립 클래스’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는 전문 바리스타 권혁진(폴 바셋 청담점 점장)씨가 맡았다. 권씨는 드리퍼와 종이필터로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드립 과정을 시연했다. 5명의 친구는 고교시절 호기심 많던 여학생으로 돌아가 권씨의 시연에 집중했다. 학창시절 수업내용을 꼼꼼히 필기했다던 민정씨는 이날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민정아, 있다가 우리 할 때 너 필기한 것 좀 보여줘.” 친구들 요청에 민정씨는 필기한 종이를 보여주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똑같은 원두로 내린 커피지만 서로의 개성만큼 맛이 달랐다. “내 커피는 조금 쓴 것 같아.” 민정씨의 걱정에 진수씨가 커피잔을 건네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진수씨가 “쓴맛이 약간 나지만 맛있다”고 말하자 민정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이날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든 사람으로는 윤미씨가 뽑혔다.

핸드드립 수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됐다. 결혼을 2주 앞둔 문형씨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예비신랑과의 만남부터 신혼여행 계획까지, 친구들의 관심거리는 다양했다. 화제는 고교시절 소풍 길에 연예인을 보기 위해 방송국을 찾았던 일, 함께 관람했던 영화, 학교 근처에서 유명했던 학원 이야기로 이어졌다. 고교생 때 자주 찾던 학교 앞 분식점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목화의 집과 동덕분식에서 떡볶이 자주 먹었었는데, 아! 참새방앗간의 딸기아이스크림 생각나?” “아, 정말 맛있었지. 몇 년 전에 가 보니 목화는 없어졌고 동덕은 다른 종류의 음식점으로 바뀌었더라.” “정말? 아쉽다.”

 스승의 날을 앞둔 만큼 고교시절 선생님들 소식도 궁금했다. 지금도 1년에 한두 번씩 모교를 찾아 선생님들을 뵙는 민정씨가 은사들의 근황을 알려줬다. 이달 중 당시 영어 선생님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화제는 졸업 후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 이야기로 옮겨졌다. 진수씨는 1학년 때 친하게 지냈던 변미경씨를 보고 싶은 친구로 꼽았다. 다른 친구들도 “미경이는 노래를 잘해 선생님들이 자주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이날 모임에 참석하려다 갑작스러운 회사일과 집안일로 오지 못한 동창생 3명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2년 전 결혼 후 인천으로 이사를 간 이채민씨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못 만난 진수가 보고 싶어 참석하려 했는데 못 가서 아쉽다”며 “다음 모임에는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전했다. 만난 지 2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이들의 수다는 끝나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못다한 수다를 이어갔다.

폴 바셋 아라리오 갤러리 청담점

동창회가 열린 폴 바셋 아라리오 갤러리 청담점은 세계적인 바리스타 폴 바셋의 고향인 호주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탁 트인 테라스가 어우러져 마치 외국의 노천카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내에 있는 폴 바셋 매장 14개 중 유일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에 있는 시향 케이스에서 폴 바셋이 자랑하는 스페셜티 원두 8종의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시향 후 원두를 선택하면 바리스타가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한다. 앞으로 전문 바리스타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상시 운영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폴 바셋 페이스북(www.facebook.com/paulbassettkorea)에 공지할 계획이다.

문의 02-548-0957
주소 청담동 99-5 아라리오갤러리 1층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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