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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78분 모노드라마 … 부정선거 아닌 ‘실수’ 우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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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왼쪽)와 김선동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위원회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희 모노 드라마’였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8일 오후 2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제출한 비례대표 경선보고서를 검증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말이 공청회였지 사실상 이정희 공동대표의 특별강연회처럼 진행됐다.

 1시간 50여 분의 행사에서 부정선거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지역 당원들이 참석해 조사위를 규탄한 걸 빼곤 이 대표가 혼자 1시간18분을 발언했다. 이날 공청회엔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 등은 불참했다. 이 대표와 김선동 의원,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인 및 지지세력 200여 명이 자리를 지킨 당권파의 독무대였지만 막후 실력자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부정’이란 단어를 ‘부실’ ‘실수’ ‘부주의’라고 바꿔 말했다. “제가 일을 잘하지 못한 게 정말 큰 죄였다”는 식이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마녀사냥”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주먹까지 불끈 쥐어가며 “진상조사위가 마녀사냥에 들어가면서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를) 자인한 것으로 언론은 몰아갔다. 그러나 한번쯤은 언론도 (조사 결과를) 의심해 보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세의 마녀사냥과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誣告), 통합진보당 내부로부터의 몰락, 야권연대와 진보집권 가능성의 소멸, 이것이 지금 이 사태의 본질과 현상”이라고 강변했다. 그런 뒤 “모두가 상식에 근거하여 이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가 긴 발언을 끝내자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와 함께 “파이팅, 힘내세요”를 외쳤다. 발언 도중 흐느껴 우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비당권파 관계자는 “이미 밝혀진 부실과 부정 사안만으로도 국민 앞에 사죄를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잘못을 가리려는 행태가 안쓰럽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자숙하고 반성하면서 혁신적인 조치를 내놔도 국민이 믿음을 줄까 말까 한 상황인데 지엽말단적인 사안을 놓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 별도로 ‘고대녀’라는 별칭의 김지윤 씨 등 3명은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 도중 3월 11일 소스코드가 수정됐고, 외부에서 온라인 투표 결과를 담은 서버에 접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사실상 선거 부정이자 심각한 수준의 해킹 사건”이라며 김재연 당선인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당권파는 오는 12일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사퇴안,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안을 추인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참여당 출신 천호선 대변인은 “운영위원회는 이미 선거의 정당성이 무너졌기 때문에 국민에게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정치적 결정을 했다”며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위도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당권파가) 수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권파는 이날 ‘반쪽 공청회’를 통해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인 등을 ‘사수’하기 위한 단합대회까지 치른 셈이다. 전날 당원총투표를 제안한 이석기 당선인도 이날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물리적 압박과 탄압이 있더라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사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당원 총투표로 하면 저는 날아간다. 현재 구조가 (당권파가) 다수가 아니다. 희생양에게도 명분은 줘야 한다. 지혜로운 퇴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총투표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인터뷰 도중 “제가 (민노당 시절) 참여당과의 통합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참여당처럼 ‘리버럴 진보’가 가능하냐, 따뜻한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냐는 문제제기 있었지만 난 그 용어(리버럴 진보)가 있으면 실체도 있다고 했다”고 밝혀 그의 당내 위상을 짐작하게 했다.

 12일 중앙위원회에서 실력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 “통진당 당권파가 운영위 결정을 추인할 중앙위를 물리력으로 무산시킨다면 진보정치는 완전 ‘개망신’! 수십 년 만에 ‘용팔이 사태’를 보는 것은 아닐지…. 부정선거에 이어 또 어떤 ‘바보짓’이 나올지 염려된다”고 적었다.

김경진·류정화 기자

진보당 당권파 그들만의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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