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3D 마케팅이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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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

어떤 사람은 광고가 제품이 아닌 욕망을 파는 수단이라고 한다. 광고를 접하는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성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된다. 광고에 담겨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 그것을 자신이 손에 쥐었을 때의 ‘가치’를 가늠하고 ‘사용 경험’을 상상해 보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된다. 기술처럼 눈에 보이는 실체보다 보이지 않는 감성적인 기대가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험이 기술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례는 이미 주변에 지천이다. ‘네스프레소(Nespresso)’와 ‘아이폰(iPhone)’을 보자.

이 제품들의 최종적인 결과물은 커피 한 잔이나 전화통화라는 점에서 이전의 제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까지의 소비자 경험은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릴 만큼 새롭고 혁신적이었다. 소비자에게 최종적인 결과물을 내밀고 설득하는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거꾸로 소비자에게 설득을 당해야 하는 시대,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언어·환경·전문지식과 무관하게 모두가 직관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아이콘이 필요하다.

 최근 미래를 주도할 대표적인 트렌드 중에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3D(3차원)는 커뮤니케이션 아이콘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다. 예를 들어 복잡한 엔지니어링 도면을 3D로 보여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식품그룹인 네슬레는 자사의 시리얼 상자에 3D 안경을 넣어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는 시리얼 상자에 인쇄되어 있는 3D 안경을 잘라 착용하고, 컴퓨터로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생생한 3D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리얼 상자마다 다른 게임을 제공해 제품의 판매는 더 가속화됐다. 그저 폐기물에 불과하던 시리얼 박스가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가 된 것이다. 고객들은 이를 즐기기 위해 어떤 매뉴얼도, 전문지식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3D로 펼쳐지는 눈앞의 가상현실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혁신적인 프로모션은 프랑스 혁신 광고 평가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리얼을 좋아하는 어린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의 3D 가상 쇼핑몰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가방을 사려는 고객은 상품을 열거나 닫아볼 수 있고, 확대기능을 통해 재질·패턴 등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는 색다른 쇼핑 ‘방식’과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영역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창조되고 그 끝은 어디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직은 국내에서 3D 하면 흔히 3D 영상산업을 많이 떠올리지만, 3D의 영향력은 제조·건축·의료·교육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3D산업은 연평균 120% 성장해 2017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아무리 놀라운 기술과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관심은 끌지 몰라도 선택받기는 힘든 세상이 됐다.

3D는 바로 고객들의 그런 ‘관심’을 ‘선택’으로 연결시켜 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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