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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전' 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내 나이 3살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그의 회고전이 있었단다. 그리고 이제야 작고 50주년을 맞아 사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을 개최한 것이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을 통해 그의 이름과 대표작을 눈에 익혔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사회에서 미술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이인성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그런 기회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던 그의 작품 수는 5~6점을 넘지 못했었다.

그것도 대부분 그나마 남아있는 인쇄물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전시장을 찾은 내가 우선 놀란 것은 기억 속 그림들을 포함한 수채화.유화.드로잉.삽화.수묵화를 포함한 약 1백여 점의 작품량이었다.

아, 이 정도면 미술관도 만들 수 있을 텐데. 피카소.마티스.고흐 .뭉크 미술관처럼. 하지만 전시가 끝나면 이 작품들은 뿔뿔이 제 주인 곁으로 돌아 가게 된다는 생각에 작품들을 만나는 경이로움은 안타까움을 함께 동반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더구나 서양미술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상파 풍으로 친근함을 주면서도 그는 그만의 색감과 스타일을 구축했고, 당시 급격히 근대화되어가는 한국의 변모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전시장은 추억의 이야기 꽃밭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중섭.박수근이 다소 시골적이며 가난하고 소박한 한국의 정서와 풍취를 담아내고 있다면, 이인성은 남은 반쪽의 근대화되어 가는 한국의 도시적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6시까지 관람해야 하는 여느 요일과는 달리 부담 없는 목요일. 여유롭게, 그것도 절반가격으로 9시까지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은 얻은 게 많은 탓일까 더욱 유쾌했다.

이제 가면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전시기간이 끝나기 전에 조카 손잡고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활용할 것을 다짐하며 아쉬움을 뒤로 한채 후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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