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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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튀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가 30일부터 동숭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된다. 디지털 독립영화로 제작한 이 영화는 개봉관에서 선보일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6㎜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화면이 선명하지 않고 실험성이 강할 뿐 아니라 표현까지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로부터는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과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한 사이버 이미지 등으로 디지털 영화의 발전가능성을 제시한 영화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이 개봉관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은 인디포럼 2000·제6회 디지털 영화제·제4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배급 지원을 할 디지털 장편영화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단편 '강철'로 주목받은 남기웅 감독이 단돈 8백만원으로 만든 이 영화가 2천만원이 넘는 영진위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개봉관 상영을 둘러싸고 이견도 만만찮다.

대학로에서 담임 선생과 원조교제를 하다 아기를 가진 여고생이 그 선생의 사주를 받은 이들에게 토막살인 당했다가 환생해 복수극을 펼친다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다.

내용이 파격적인 데다 6㎜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일반인이 보기엔 화면 상태가 어둡고 거칠다. 상영시간도 60여분. 이런 작품을 개봉관에서 6천원 받고 상영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하이퍼텍 나다측은 "비록 디지털로 만든 영화지만 새로운 미학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속에는 기성 사회의 위선을 조롱하는 풍자가 담겨 있어 상영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또 디지털 영화와 단편영화 제작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은 선례가 된다고 덧붙였다.

독립 영화로 만든 유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개봉관에서 화제를 끌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니어층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대학로에서…' 역시 한국 영화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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