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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효약? 7000만원어치 샀는데…뇌암까지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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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폐암 말기 환자 서모(62)씨는 2010년 10월부터 병원 신세를 졌다. 항암치료를 받고 몸에 좋다는 약도 먹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서씨의 사위 손모(36)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 포털에서 ‘암 치료제’를 검색하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중국 베이징의 한 암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보고서였다. 거기엔 ‘암 치료에 획기적인 핵약(核藥)을 개발했다. 중국의료전서에 소개될 정도로 인정받았다’고 돼 있었다.

 손씨는 서씨의 의무기록과 CT사진 등을 들고 베이징 암센터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이어 7000만원어치 핵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약을 먹은 서씨는 줄곧 구토·두통에 시달렸다. 국내 병원에선 서씨에게 “폐암뿐 아니라 뇌암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경찰 조사 결과 암센터 자체가 가짜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 베이징에 무허가 암센터를 차려놓고 국내 암환자 159명을 진료하거나 가짜 암 치료제를 판매해 22억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중국 의사면허가 있는 한국인 김모(45)씨를 구속하고 암센터 관계자 최모(3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판 핵약엔 법 허용치의 4배에 달하는 납 성분이 들어있어 암환자 상당수가 숨지거나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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