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④16강 진입노력 본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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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호가 아닌 실천이다.'

한국축구의 당면 목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1년6개월 뒤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은 86년 멕시코부터 98년 프랑스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기본기 부족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뛰어들었다가 다람쥐 쳇바퀴돌 듯 예선탈락을 거듭, 결국 아시아정상에서도 밀려나는 참담한 위기를 맞았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사상 최강의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 속에서도 8강 진출에 실패했고 곧 이어 참가한 아시안컵에서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에 그쳐 국민에게 더욱 큰 실망을 안겼다.

한국축구의 잇단 헛발질에 경기인들조차 `당분간 일본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비관적인 분석에 동의했고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안방에서 남의 잔치 열어 줄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그러나 축구인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만신창이가 된 한국축구 살리기에 나섰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박종환, 이회택, 김호, 차범근 등 역대 월드컵 감독들과 만나 한국축구의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고 문화관광부도 축구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월드컵 16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체육당국은 주최국 한국이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이는 월드컵 실패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함께 하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폭적인지원 체제에 착수했다.

이에 축구협회를 비롯, 월드컵조직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체육진흥공단이 참여하는 `월드컵필승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대표팀 외국인 감독 내정 ▲대표팀 훈련 정례화 및 수당 인상 ▲대표팀간경기(A매치) 월례화 ▲대표선수 해외진출 장려 및 병역연기 검토 ▲프로축구 드래프트 폐지 등 가시적인 계획이 나왔다.

이와함께 한국축구의 요람 역할을 할 대표팀 트레이닝센터가 파주시 통일동산내 2만7천평 부지에 착공됐다.

천연잔디구장 4면을 포함해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트레이닝센터는 내년 11월 완공 예정으로 선수 154명이 동시 합숙할 수 있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시청각회의실, 체력단련실 등 각종 현대식 훈련시설이 들어선다.

체육당국이 뒤늦게나마 실질적인 축구 인프라 구축에 뛰어든 가운데 새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거스 히딩크(54.네덜란드) 감독의 등장은 현재로선 16강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한국축구에 희망의 빛을 던지고 있다.

세계적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 등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를 '98프랑스월드컵 4위에 올려놓은 주역으로서 기술과 카리스마를 인정받고 있어 그에게 거는 안팎의 기대가 높다.

특히 월드컵 개최국이 갖는 프리미엄과 함께 히딩크의 짜임새 있는 축구스타일이 개인기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그라운드에 훌륭히 접목된다면 16강 진출도 불가능 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한국축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해 있지만 국민의 변함없는 성원 속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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