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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밝힌 로데오거리 호화사치·과소비 실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데오거리 업소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부 부유층의 과소비 실태는 우리 경제상황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소득수준에 걸맞은 합리적인 소비가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은 음성소득으로 위화감만 조성하는 일부 부유층의 과소비행태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대다수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서울 강남 로데오거리는 부의 전시장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호화.사치의 정도가 극에 달해 조사요원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국세청은 이 지역에 대해서는 조사를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며 업황수준에 맞는 신고가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남 로데오거리에서 부유층 젊은이를 상대로 고급 칵테일바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5년간 53회의 해외여행을 했다.

국세청 현장조사 결과 김씨는 고급 음향설비와 특수조명 등 6억원의 시설비를 들여 1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급 칵테일바를 종업원 명의로 위장 운영하면서 외국유학생 등 부유층 젊은이들을 상대로 밸런타인 30년산(120만원) 등 고급 양주에 유명 바텐더의 칵테일쇼를 곁들여 양식 세트메뉴를 12만-25만원에 판매했다.

황금시간대에 이 바의 주차장에는 고급차량이 10대 이상 대기하는 등 예약을 해야 겨우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거리에서 가방.의류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유명 브랜드 핸드백을 고가에 팔아 치부했다.

그의 가게에서 핸드백은 300만-1천만원, 의류는 100만-800만원 등 원가의 3-4배에 이르지만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팔려나갔다. 박씨는 고객이 2-3개월이나 대기하는 것처럼 홍보해 소비심리를 부추기기도 했다. 2천-3천만원대의 악어가방은 매장에 비치하지 않고 주문판매했으며 소비자들도 신분노출을 꺼려 대부분 거액의 현금으로 결제해 수입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곳에서 웨딩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국내 대학 및 대학원과 미국에 유학해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유명 디자이너다. 그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고급 웨딩드레스를 1벌당 600만원 이상 판매하거나 300만원 이상으로 대여하는 등 호황을 누렸지만 수입신고는 80평의 매장 기본경비(임대료 300만원, 인건비 400만원)에도 못미치는 월 500만원만 신고했다.

▲로데오거리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최모씨의 가게에서는 여성용 코트 1벌이 4천만-5천만원, 숄은 1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신분노출을 꺼리는 부유층 여성고객을 상대로 직접 방문판매하고 있다. 국세청은 업주들이 고가제품은 방문판매하는 수법을 활용하고 있어 부유층의 과소비실태가 알려진 것 이상으로 확산돼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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