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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축제’는 일본식 한자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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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태안 튤립축제, 고창 청보리밭 축제, 우도 소라축제, 함평 나비축제, 보성 녹차밭 축제…. 봄을 맞아 지역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무엇을 축하해 벌이는 큰 행사를 ‘축제’라 부른다. 그러나 ‘축제(祝祭)’는 일본식 한자어다.

 원래 한자 ‘제(祭)’는 제사를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축제’는 ‘축하하는 제사’가 돼 몹시 어색하다. 기우제·추모제 등처럼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제’를 ‘제사’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제’가 잔치란 의미로 쓰인 예는 없다. 유독 일본에서만 ‘제’를 잔치라는 뜻으로 쓰고, ‘축제’란 단어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일본식 한자어인 이 ‘축제’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지금은 흔히 쓰이고 있다. 대학축제 등처럼 ‘~축제’뿐 아니라 문화제·영화제’ 등 ‘~제’가 붙은 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축하하는 행사를 일컫는 말로 우리가 오랫동안 써 온 단어는 ‘축제’가 아니라 ‘축전(祝典)’이다.

 ‘축전’이라 부르면 어색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이나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안성 세계민속축전’ ‘부산 과학축전’처럼 현재도 ‘축전’이란 말이 쓰이고 있기도 하다. 북한에선 ‘아리랑축전’ ‘평양축전’ 등과 같이 ‘축전’이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축제’가 입에 배 ‘개막축제’를 ‘개막축전’, ‘영화제’를 ‘영화축전’ 하는 식으로 바꾸면 아무래도 어색하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한자어를 쓸 것 없이 순우리말인 ‘잔치’를 사용해 ‘개막잔치’ ‘영화잔치’로 부르면 어떤가. ‘대축제’는 ‘큰잔치’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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