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현지조사단, 수입반대 학자 빠진 '반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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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광우병 젖소 문제를 현지 조사할 민관 합동조사단이 30일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반대 측 인사가 빠진 ‘반쪽 조사단’으로 조사 이후에도 안전성에 대한 시비는 계속되게 됐다. 또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보도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쩔쩔맸다.

본지가 임재홍 주 태국 대사에게 확인한 결과 태국은 위험성이 있는 ‘뼈 있는 쇠고기’만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결국 한국과 같은 수준(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으로 수입을 계속하는 셈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은 “정부는 이미 쇠고기 문제로 국민 신뢰를 잃은 경험이 있다”며 “이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라도 더 제대로 된 조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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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교수

 ◆반쪽 조사단=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에는 민간 위원으로 서울대 수의대 유한상(51) 교수와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교육원의 전성자(72) 원장, 김옥경(68) 대한수의사회장이 동행한다. 김 회장은 농식품부 산하 정부기관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쪽 인사는 빠졌다. 농식품부는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 비판적 인사에게는 동행 제의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 농식품부는 반대 쪽까지 포괄하는 조사단을 추진했으나, 촉박한 일정 등 현실적 여건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방침이 바뀌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대 쪽 인사가 동행할 경우 과도한 주장과 행동으로 오히려 조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소비자단체 인사도 매우 어렵게 섭외했다”고 말했다.

 반대 측이 현지 조사에 부정적이긴 하다. 우희종 교수는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조사단을 파견한다고. 미국이 보여주는 것만 구경하고 돌아올 관광단을 국민의 세금으로 조사단 보낼 정도면 일단 수입 중지하든가. 앞뒤 안 맞는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판적 인사의 참여가 사회적 혼란을 막는 데 기여한 적도 있다. 2004년 5월 미국 등 9개국과 쌀시장 개방 협상을 할 때 농식품부는 농업계 추천으로 김충실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범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경북대 교수)을 협상단에 포함시켰다. 김 교수는 쌀 협상에서 농민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뿐 아니라 협상이 끝난 후 이면계약 등 의혹에 대해 해명해 사회적 낭비를 막았다.

 민관 조사단은 미 농무부(워싱턴), 미 국립수의연구소(아이오와주 에임스)와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캘리포니아주의 축산시설을 점검하게 된다. 그러나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해당 농장에 대한 조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종민 농식품부 검역정책과장은 “과거 미 정부가 질병 발생 농가를 공개했다가 손해배상을 한 적이 있어 농장주 동의가 없으면 농장에 갈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농장 방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우병 젖소의 사체를 처분한 시설은 방문한다. 조사 초점은 젖소 연령(10년7개월)에 대한 검증, 동물성 사료 사용 여부에 대한 확인, 광우병 진단의 적정성 여부 등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보다 광우병 관련 기술과 연구에서 앞서 있고, 국제 기준에 따라 확진했기 때문에 기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작다.

 ◆허둥지둥 정부=불신은 작고 구체적인 잘못에서부터 나온다. 농식품부는 29일 저녁까지 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에 대한 외신 보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방콕포스트는 이틀 전인 27일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농식품부는 “태국이 우리와 비슷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정확한 규정과 수입 중단 범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국에 파견된 농무관은 없지만, 국제기구 등에 농식품부 직원이 나가 있다. 이와 관련, 임재홍 대사는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 중 뼈 없는 살코기는 계속 수입하고, 위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주말이라 현지 정보당국 접촉이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26일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가 일부 수입을 중단했으나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입을 계속한다는 사실은 이날 오후 9시에야 언론에 전달됐다. 확인이 늦어지면서 잘못된 보도는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검역 중단 논란도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블룸버그 통신은 농식품부 실무자를 인용해 ‘검역 중단’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농식품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후 4시에야 “이번 광우병은 검역·수입 중단을 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편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검역 중단을 과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29일 “현재까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로 볼 때 검역 강화 조치로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황 변동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다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역을 중단하든, 검역 강화를 풀든 어느 쪽이든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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