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특집 '꽃보다…' 장애인 아픔 녹여내

중앙일보

입력

각 방송사의 창사특집 드라마는 미니시리즈나 주말극과는 많이 다르다. 소재나 주제 선정이 시청률 부담에서 상당히 자유롭기 때문이다.

15일 방영한 MBC 창사특별기획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 (밤 9시55분.2부작) 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드라마로는 드물게 장애인 문제를 다뤘다.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 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자신도 다리를 못 쓰게 된 여주인공 은수(고정민) 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드라마 도입부에선 휠체어를 타야하는 대학생 은수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줬다.

너무 높은 학교 화장실의 거울과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계단, 학생들의 차가운 시선과 성폭행 위험 등이 그렇다.

전개 방식이 나열식이어서 드라마의 생동감이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됐지만 그런 염려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시작한 은수의 미국 유학생활이 보여주는 바가 너무 컸다. 때론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보다 설득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실감케하는 대목이었다.

가령 집에서 학교로 가는 통학길만으로도 미국과 국내 장애인 복지 시설의 현격한 수준차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 은수가 학교에서 만난 재미교포 준영(이정진) 을 사랑하고 갈등하는 대목에서도 리얼리티가 느껴졌다.

특히 준영의 형 준호(윤동환) 를 장애인으로 설정한 것은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크게 확장시켰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사랑하던 여자를 떠나 보낸 준호와 이런 맏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봤던 준영의 어머니(김영애) .

그런데 이번엔 입장이 바뀐다. 자신의 둘째 아들이 장애인 은수와 결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때문에 드라마의 갈등 구도가 결코 평면적이지 않았다.

실제 은수역을 맡은 탤런트 고정민(22) 은 자신의 집이 있는 녹번동에서 촬영장소인 한양대까지 사흘간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어떤 할아버지는 집에 있지 않고 나돌아 다닌다며 고함을 치기도 했어요. " 반면 미국에서 촬영할 때는 시민들의 반응이 달랐다고 한다.

실제 장애인인줄 알고 도와주려 했던 미국인들 때문에 NG도 나고, 사람들의 시선도 따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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