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선정… 그이후] 下.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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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사업자 선정이라는 첫 단추를 꿴 차세대이동통신(IMT - 2000)사업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 국내 통신사업에 비춰볼 때 셀룰러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에서 나타났던 중복투자와 과열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자칫 외국업체의 배만 불려주고, 과도한 투자비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낭비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감시와 함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투자비용 부담〓사업자로 선정된 한통과 SK텔레콤의 주가가 발표 직후 일제히 하락한 것은 시장이 IMT-2000의 수익전망을 좋게 보고있지 않다는 증거다.

유럽의 경우 올 연말께는 1천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 가입자는 2백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들은 2005년 정도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때까지 업체당 투자비는 3조5천억원에 이른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윤창번 원장은 "사업자가 얼마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서비스를 개발해 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기술종속=2005년까지 7조8천억원에 이를 장비시장의 상당부분이 외국업체 손에 넘어갈 것이란 지적이다.

LG투자증권은 "비동기식의 경우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 핵심기술인 듀얼모드의 핵심칩 개발이 완료되기 어렵고, 핵심망 관련 기술 역시 외국업체가 우위" 라며 "비동기 장비시장은 외국업체가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이와관련, 경실련 정보통신정책위원장인 정태명 교수(성균관대)는 "국내 기술력이 60% 이상 갖춰진 뒤 서비스를 시작하도록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국내 장비업체들이 경쟁력이 있는 동기식을 살리기 위해 관련 서비스업체의 출연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중복투자.과열경쟁=지난 3년간 휴대폰 5개 사업자가 기지국 중복건설에만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98년부터 올 3월까지 지급한 보조금도 6조5천9백34억원에 이른다.

기존 휴대폰 사업자 외에 다시 3개 IMT - 2000 사업자가 등장함으로써 시장이 과열될 소지도 높아졌다.

이미 기존 사업자들은 IMT - 2000과 비슷한 서비스인 2.5세대 이동통신(IS-95C)사업을 위해 1조원 안팎의 투자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복투자를 막으려면 기지국 재활용이나 공동망 구축이 강제로라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실련 IMT-2000 시민감시단은 사업권을 딴 업체들이 계획서에 쓴 공동망 구축이나 기존 기지국 재활용 계획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담을 내용도 문제=하드웨어 뿐 아니라 콘텐츠까지 수입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업체들이 일본의 무선인터넷 'i-모드' 의 콘텐츠를 들여오려고 애쓰는 마당에 IMT-2000때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디지토의 김근태 사장(한국디지털콘텐츠협회 회장)은 "서비스 업체들이 영세한 국내 콘텐츠 업체들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불법복제 방지▶내용규제 완화 같은 정책 지원도 따라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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