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타임 워너 합병회사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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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미디어의 상징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대표적 구 미디어의 하나인 타임 워너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조건부 합병승인을 받아내긴 했지만 앞길이 순탄한 것 만은 아니다.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수익이 보장되는 기업경영이 이뤄져야 하나 모든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가의 분석가들과 투자자들은 과연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 기업이 잘 융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사람부터 살펴보자. 지난 30년간 타임 워너에서 일하면서 8년동안 타임 워너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왔던 제럴드 레빈(61)은 이제 거의 20년 연하인 스티브 케이스 회장(42)이 이끄는 AOL의 2인자라는 익숙지 못한 자리를 맡게 된다.

또 거칠기로 이름난 타임 워너의 테드 터너 부회장과 밥 핏트먼 AOL 사장이 얼마나 화합을 할 수 있을는지에 대해서도 월가에서는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AOL이나 타임 워너가 모두 핏트먼이나 조지 브라덴버그 AOL 부사장처럼 다른 기업조직에서 자리를 옮긴 사람들로 많이 채워져 있기 때문에 일반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통합 외에 시가총액 1천125억달러 규모의 합병기업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새 사업을 통해 수입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미디어인 AOL은 이제 1억1천700만명의 케이블TV, 잡지, PC통신 고객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고객을 기반으로 AOL이 타임 워너를 얻기 위해 지불한 프리미엄을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회수하느냐가 앞으로 합병기업의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OL-타임 워너 합병기업의 수익전망과 관련, 주목되는 것은 14일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건부 합병승인 발표 이후 이들의 합병을 강력히 반대해 온 디즈니 등이 보인 태도다.

디즈니와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 등은 이날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건부 합병허가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그런 조건이라면 경쟁할 만 하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FTC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타임 워너 케이블의 개방 등 FTC에 의해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만큼 이번 조건부 합병허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에게 확실한 안전장치가 되는 만큼 AOL-타임 워너 합병기업의 수익증가에는 상당한 장애가 되는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AOL이 타임 워너의 콘텐츠를 AOL 사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수입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OL 서비스와 케이블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파는 것도 한 방안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AOL의 고위간부들은 수입기반의 확대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들은 합병이 이뤄지면서 10억달러의 비용절감효과가 오고 수익도 합병 첫해에 30%나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었다.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스의 분석가 패트릭 킨은 AOL이 앞으로 타임 워너 발행 잡지 등의 구독자 수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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