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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대한 기대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더스트리트닷컴 (thestreet.com)을 공동 설립한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 크레이머는 지난 주 헤지펀드 매니저를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언론인과 주식거래인으로서의 이중 역할(지금은 전직 주식거래인이 되었고 이는 앞으로 그가 웹사이트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과민하게 반응했던 그는 이해가 상충될 가능성을 꼬집는 질문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시 후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 더스트리트닷컴을 비롯한 웹 콘텐츠 사이트들의 내년도 전망은?
“광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 이상의 수입원을 가지고 있다면 쑥쑥 뻗어나갈 것이다. 나스닥이 죽을 쑨다고 해서 꼭 어둡게만 볼 일은 아니다.”

- 현재의 더스트리트닷컴에 만족하는지?
“우리는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매일 내는 특보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한 지를 아직은 설득력 있게 전하지 못했다고 보지만 그래도 나는 기존 매체의 타성에서 벗어나 동적으로 개척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 더스트리트닷컴의 향후 계획과 거기서 당신이 맡을 역할은?
“더스트리트닷컴의 경영은 톰 클라크 대표이사가 맡아서 한다. 그의 일 처리 방식을 보면 우리는 주파수가 일치하는 것 같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진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 일 안 하고 그저 집에서 놀고 먹을 생각이었다면 헤지펀드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나 나름대로 기여할 것이 많다고 본다. 원래 하던 일이 글쓰기였으니까 빨리 그쪽으로 복귀하고 싶다. 또 그 동안은 바빠서 못 그랬지만 내 머리 속의 아이디어도 빌려주고 싶다. 나는 잔소리와 비판을 일삼는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내 나름대로는 언론과 주식투자, 저널리즘과 연구가 하나로 수렴되는 편집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 지분의 11%를 소유하고 있으며 가장 왕성한 기고자였으면서도 지금까지 더스트리트닷컴의 편집부는 딱 한 번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상근할 계획은 없는지?
“그건 나한테 달린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부탁을 하면 그럴 용의는 있다. 실은 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법이 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상근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그쪽에서 부탁을 하면 안에 들어가서 일하겠지만 내가 그래달라고 부탁을 할 수야 없지 않은가.”

- 그런 부탁을 받고 싶은가?
“세계 평화를 바라고, 고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정도라고 해두자. 내가 바란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나에게는 의미심장한 일이다. 2년 전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 자신을 기자라고 생각하는지?
“천만에. 해설자일 뿐이다. 뉴욕 포스트와 데일리 뉴스의 스포츠난을 읽으면 홈팀의 편에 서서 유익한 훈수를 둔다. 나도 시장에서 그런 홈팀 해설자의 역할을 얼마든지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이 나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을 감안해서 받아들인다. 일반인의 사고방식과 기자의 사고방식은 다르다. 기자들은 자기네가 정치판에서 하는 일은 옳고 내가 사업가로서 하는 일은 글러먹었다고 생각한다. 가소로운 일이다.”

- 현장을 떠나서도 여전히 예리한 주식 해설자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분초를 다투는 글을 써야 한다면 전선의 참호 안에 있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뛰어난 매니저만이 쓸 수 있는 글도 있다. 오늘 아침 치과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기술주의 전망에 대한 글을 한 편 썼다. 나는 신문을 읽고 추세를 감지하는 데 남다른 후각이 있다.”

- 주식거래는 안 해도 주식은 계속 보유할 생각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독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압도적 다수가 ‘우리와 함께 있어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내가 이트레이드닷컴 (etrade.com), 아메리트레이드닷컴 (ameritrade.com)같은 온라인 증권회사에 주식계좌를 터서 100주를 실제로 어떻게 운용하는지 시범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연히 편집권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더스트리트닷컴의 지분소유자에게 가해지는 제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일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여론에 따를 생각이다.“

- 이해의 상충이라는 주제가 거론될 때마다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그런 말을 하는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나는 아무도 안 믿는다.”

- 헤지펀드 매니저는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스트리트닷컴에 글을 쓰는 기고자들에게 적용되는 지분 제한 원칙을 본인에게도 적용할 생각인지?
“그래야겠지만, 이런 상황도 생각해보자. 내가 원칙을 고수하자 사람들이 ‘우린 크레이머가 시장에서 펼치는 활약상에만 관심이 있었으니까 구독을 끊겠다’고 통보한다. 우리 사업은 차질을 빚고 빈털터리가 된다. 제임스 크레이머는 모두 팔고 현금만 지니고 있어야 한단 소린가? 원칙은 따르겠지만 조금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해가 상충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기자 행세를 한 적이 없고 어디까지나 컬럼니스트였다. 컬럼니스트와 기자의 직업 규범은 다르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 인터넷 문화는 “절망의 문화”라고 얼마 전에 비판했는데 그 이유는?
“돈이다. 돈이 사람들을 타락시켰고 과대망상에 빠뜨렸다.”

- 인터넷은 여전히 기대할 만한가?
“실시간으로 뭐든지 척척 대령하고 어디서든지 인터넷을 들락거릴 수 있게 해주는 휴대용 장비가 실생활에 도입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기대가 커지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4년 전과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 그런 상황이 빨리 올 것이라고 오판하지 않았나?
“사실은 오판이었다. 나도 사람들을 앞으로 밀어붙였던 기술 혁명의 신화를 굳게 믿었던 사람이다.”

- 앞으로 경쟁력이 있는 미디어 사이트는?
“돈이 있는 사이트만 살아남는다. 돈이 없으면 못 버틴다.”

- 가장 유망한 사이트는?
“월스트리트저널 (public.wsj.com)정도. 오프라인보다 읽기가 편해서다. 뉴욕타임스(nyt.com)도 괜찮다. 나머지는 대동소이하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다.”

- 말은 쉬고 싶다지만 당신처럼 분주하게 살아온 사람이 정말로 쉴 수 있겠는가?
“지난 여름 평생 처음으로 2주일을 쉬었다. 처음 나흘은 죽겠더라. 닷새째로 접어드니까 휴가의 묘미가 느껴졌다. 나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아니 휴가 체질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 웹사이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나는 인터넷의 잠재력을 확신하는 사람이다. 훌훌 털어버리고 하룻밤 푹 자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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