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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홀] 시나리오작가 저작권 찾기

중앙일보

입력

'정사' '반칙왕' 등 화제작을 쓴 경력 7년의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씨는 요즘 기대가 크다.

지금은 계약 전후에 받는 고료가 전부이지만 앞으로 영화가 비디오.TV로 방영되거나 수출될 때도 일정액의 저작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익찾기가 활발하다. 제작사에 종속적이었던 위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를 시도하고 있다.

그 단초가 되는 작업이 시나리오 저작권 신탁 관리다. 용어가 어렵지만 개념은 간단하다. 작가협회에 협상권을 맡기는 대신 협회란 공식창구를 통해 제작사와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작가협회는 현재 문화관광부에 사업승인을 한 상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주먹구구로 운영됐던 계약문화를 개선해 작가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향후 활성화할 영화의 지상파.케이블TV 방영, 해외수출 등에서 작가들이 일정 몫을 확보하겠다는 것. 영화의 밑그림을 그리면서도 실제론 그만한 인정을 받지 못했던 관행에 대한 반기다.

유동훈 시나리오작가협회장은 "올바른 계약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작은 혁명" 이라고 했다.

담당부서인 문화부도 긍정적이다. 문화부 저작권 관계자는 "시나리오 저작권 신탁관리에 필요한 서류가 완비되면 관련 절차.회의를 거쳐 내년 2월께 협회측의 사업내용을 승인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런 못짓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의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종전까진 한국영화의 수입규모가 미미했으나 최근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대형 흥행작이 잇따르자 자기 몫을 챙겨야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 저작권 확대는 일단 한국영화의 질적 도약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사마다 제값을 주고 시나리오를 사야 하는 만큼 덜 익은 기획을 만만한 작가들에게 의뢰했다가 신통치 않을 경우 중도 포기하는 낭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도 자기 '가격' 에 값하는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써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영화계 전체에 미치는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물론 저작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조명.음향 등 스태프들도 비슷한 조건을 제시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영화 현장에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선 감독.스태프 등의 노조와 제작사들의 갈등이 매년 빚어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조희문 교수(상명대) 는 "작가들의 권익개선이란 취지에서 찬성하지만 영화는 공동작업인 만큼 작가의 몫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는 숙제도 남는다" 고 지적했다.

이준익 시네월드 대표는 "양질의 작가가 유입돼 시나리오 토대가 단단해진다면 한국영화도 그만큼 여물 것" 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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