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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 광우병 발병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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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젖소 한 마리에서 소 해면상뇌증(BSE)이 확인됐다. 이른바 ‘광우병’으로 알려진 BSE가 6년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56만3013t을 수입했다. 2008년 봄의 광우병 촛불시위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물론 아직은 광우병 발생 보도만 나온 상태다. 또 우리는 30개월령 미만과 특정위험물질(SRM) 부위가 제거된 쇠고기만 들여오는 만큼 차분히 지켜볼 단계다. 일반적으로 광우병은 현지 역학조사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판정을 거쳐 우리에게 공식 통보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쇠고기 교역은 양국 간의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따라야 하는 만큼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광우병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깊은 우리 사회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광우병 파동 직후인 2009년에 만든 ‘광우병 발생 시 처리요령 고시’를 갖고 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일단 해당국 쇠고기의 검역(檢疫)을 중단하고, 전문가들의 위험 평가와 의견을 들은 뒤 수입 제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완전 수입 중단은 아닐지라도 사실상 통관을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미 광우병의 정보를 더 수집한 후 판단하기로 했다”며 망설여 우리 사회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우리 측 고시(告示)에 따라 시급히 검역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본다. 어떤 경우에도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를 얻는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분야의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직후부터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라”며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광우병이 이런 미묘한 시기에 발생한 만큼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ISD 재협상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협상의 시기를 늦추거나 속도도 조절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제2의 촛불사태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한·미 양국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