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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쓰는 맨해튼 검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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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직원 20여 명은 요즘 목요일 저녁마다 월가 인근의 고풍스러운 레스토랑 ‘브로드 스트리트 볼룸’에서 복싱 경기에 나선다. 상이군인과 청소년을 위한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이벤트다. 검사 15명도 참여한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에선 법을 어기지 말라. 안 그러면 당신 얼굴이 엉망이 될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리니티 복싱클럽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검사들의 경고다. 맨해튼 지방검찰청 직원 20여 명은 요즘 목요일 저녁마다 복싱 경기에 나선다. 검사도 15명 포함돼 있다. 경기장은 월가 인근의 고풍스러운 레스토랑 ‘브로드 스트리트 볼룸’. 링은 마치 라스베이거스 특설 링을 연상케 한다. 경기엔 미국 아마추어 복싱협회 심판이 참여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법조인들의 결투’란 이름이 붙은 이 경기는 상이군인과 청소년을 위한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이벤트다. 복싱이라곤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3년차 여검사 비키 마이어도 취지에 동감해 선뜻 경기에 나섰다. 대학 시절 농구팀 포인트가드였던 그는 ‘돌격대’란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운동엔 자신 있었다. 그렇지만 상대로 나선 재판부 여검사 미렐라 드로즈도 저돌적이었다. 초반 강펀치를 맞아 왼쪽 눈 콘택트렌즈가 빠지는 등 고전했지만 마이어는 마치 영화 ‘록키’의 주인공처럼 역전극을 펼쳐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애초 이 경기는 26전23승3패 전적을 가진 아마추어 복싱 선수 출신 매튜 보그다노스 검사가 아이디어를 냈다. 참가자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소문을 들은 직원 30여 명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져 오히려 선수를 추려내야 했다. 검찰청 청소년보호부장을 맡고 있는 롭 해틀먼 검사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경기장 아나운서로 나서 줬다. 젊은 검사보들은 5달러짜리 맥주와 안주를 팔았다.

 보그다노스에겐 도전자가 없어 11살 어린 아마추어 복서를 따로 섭외하기도 했다. 13년 만에 처음 링에 오른 보그다노스는 결국 흠씬 얻어터진 끝에 판정패 했다. 그는 “코뼈가 부러진 것 같지만 이번이 다섯 번째라 별일 아니다”라며 웃어넘겼다. 이번 복싱 경기를 통해 검사들은 5만 달러를 모금해 상이군인 및 청소년 지원단체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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