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깔아놓고 함께 춤 추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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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9년째 클래식 음악 DJ로 활동하고 있는 카니시우스는 머릿속에 몇 곡이나 기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셀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사진 유니버설 뮤직]

빨간색과 파란색 불빛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20대 젊은이들이 맥주병을 들고 무대를 서성인다. 베이스 스피커를 요동치게 하는 것은 댄스 음악이 아닌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DJ가 다른 CD를 플레이어에 넣는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다시 이어진다.

 이쯤 되면 궁금해질 것 같기도 하다. 대체 이곳이 어디인지. 답부터 말하자면 이곳은 독일의 한 클럽. 세상에는 클래식 음악으로 클럽 DJ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일종의 이종교배다.

 독일에서 클래식 음악 DJ로 활동하는 카니시우스(44)를 e-메일로 만났다. ‘클래식 DJ’ 원조 격으로 불리는 그다. 다음 달 2일 서울 청담동 엘루이 호텔에서 ‘옐로우 라운지(Yellow Lounge)’를 펼친다.

 -클래식 DJ, 한국에는 전혀 없는 직업이다.

 “클럽에 오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음악을 즐기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양(量)으로 따지자면 가장 많은 음악을 듣는 이들이 클럽에 오는 젊은이들 일거다. 나는 그들이 클래식 음악에 다가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 주는 일을 한다. 말 그대로 나는 클럽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이다. 80년대 유행한 비디오 자키(Video Jockeys)가 했던 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무슨 장비로 DJ를 하나.

 “클래식 음악 CD와 DJ에 맞게 개조된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튼다. 복잡한 장비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처음에는 주로 바로크 음악으로 가볍게 시작한다.”

  카니시우스는 7살 때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2003년부터 클래식 음악 DJ로 활동 중이다. 독일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 중인 그는 유럽을 돌아다니며 클래식 DJ로 활약하고 있다. 베를린에선 매월 첫째 주 월요일마다 ‘옐로우 라운지’가 인기다. 클럽 휴무일에 맞춰서 공연을 여는 것이다.

 -한 공연에 몇 명 정도 오나.

 “400~800명 정도 클럽을 찾는다.”

 -옐로우 라운지의 장점은.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부터 연주자까지 음악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옐로우 라운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클럽 안으로 ‘그냥’ 들어오면 된다.”

 ‘옐로우 라운지’에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옐로우 라운지의 주최자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 클럽 음악에 익숙한 20~30대가 클래식 음악에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아시아에서 ‘옐로우 라운지’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기타리스트 밀로쉬(29)도 참여한다.

 -출장 DJ도 다니나.

 “주로 독일에서 DJ를 하는데 요청이 있으면 영국,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스위스 등에서도 DJ를 한다.”

 -당신만의 DJ 요령이 있다면.

 “항상 관객을 봐야 한다. 관객의 반응을 보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줘야 한다. 그리고 작곡가라든지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진 국가와 관계없이 음악을 섞는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음악적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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