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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무상급식 울산엔 없어요 구청이 돈대신 식재료 주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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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일 오전 울산시 북구 신천동 친환경급식지원센터. 50㎡(15평) 남짓의 센터 사무실에서 김형근(48) 센터장이 시금치 한 다발을 손에 들었다. 흙이 채 떨어지지 않은 자연상태의 시금치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전화기를 잡았다. “작목 반장님 수고하셨어요.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 재료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어 그는 된장통의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김 센터장이 이끄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현재 울산시 북구 초등학교 20곳의 친환경무상급식을 맡고 있다. 북구청이 초등생 전면 무상급식을 처음 시작했던 2011년 3월 만들어 졌다. 여기에는 농가와 학생들이 상생할 수 있는 북구의 특별한 친환경무상급식 제도가 있다.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다른 자치단체는 단순히 지원금만 학교에 나눠줬다. 하지만 북구는 먹거리를 직접 구입해 학교에 공급하는 형태를 도입했다. 1~5학년 아이들에게는 끼니당 410원(일부 친환경 재료만 지원)을, 6학년 아이들에게는 끼니당 1810원(모든 친환경 재료 지원)에 해당하는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공급한다. 지난해 15억원의 예산을 친환경 급식재료 구입에 썼고, 올해도 17억원의 예산을 만들어 같은 형태로 무상급식을 진행 중이다.

  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자급자족형’이다. 일부 육류와 가공품을 제외한 채소·과일·간장·된장 등 대부분의 급식 재료는 모두 지역 농가에서 사들인다. 28개 항목의 농산물은 26곳의 지역 농가로 꾸려진 북구 친환경먹거리작목반에서 공급받는다. 화학 첨가물이 포함된 가공품도 쓰지 않는다. 계절에 맞춘 신선한 제철 재료만 공급한다.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이들 식재료의 구입과 검사, 공급을 맡는다.

 2년여 남짓 친환경무상급식이 순항하자 학교 영양사들이 반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무상급식 대상 학교 20곳 중 12명의 영양사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 참여 영양사 모두 “재료가 신선하고 믿을 만하다”고 답했다.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일단 울산 동구청이 지난달부터 북구의 친환경무상급식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광주광역시와 인천 남동구, 충남 아산시도 시행 여부를 타진 중이다.

 김 센터장은 “짧은 기간에 친환경무상급식이 자리잡은 비법을 알려달라는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지리산 환경농업포럼에 발제자로 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소개했다.

 소개하는 책도 20일 펴냈다. 『밥상이 바뀌면 미래가 보인다』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북구의 학교급식의 뒷이야기와 급식의 역사, 친환경 무상급식 진행 과정 등을 담았다. 북구는 2000부를 발간해 전국 지자체에 나눠주고, 지역 도서관과 동 주민센터에도 비치할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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