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 파리 국제도서전서 독자들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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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파리 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황석영씨(中). 왼쪽은 통역을 맡은 이화여대 최미경 교수, 오른쪽은 황씨의 작품을 프랑스어판으로 번역해 출간한 쥘마 출판사의 세르주 사프랑 편집장이다.

"21세기의 특징은 '이동'입니다. 런던 시민의 4분의 3이 제3세계에서 이동해온 외국인입니다. 앞으로 런던과 파리의 외국인 이주자들을 소재로 이동에 관한 작품을 쓸 생각입니다."

20일 프랑스 파리 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한 소설가 황석영(61)씨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우리나라 무속 신화엔 생명의 물을 찾아 세계의 반대쪽으로 떠나는 '바리공주'가 있다"면서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인종 차별과 이민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했다.

이날 황씨는 ▶한국문학의 전통성과 현대성▶한국 문학이 가진 보편성▶남북 문학교류 현황 등에 대해 프랑스 독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황씨는 번역을 통한 외국 문단과의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번역을 통해 바깥 문단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서양과도 충분히 문학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프랑스인 르로이 앙리(64)는 "번역 작품으로 황씨의 문학 세계를 접하고 흥미를 가졌는데 직접 작가의 얘기를 들어보니 아주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서전 행사는 한국 문학에 대한 유럽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국문학번역원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국내 출판사 16곳이 참여해 프랑스어로 번역한 40여 작품 등이 담긴 621종의 한국 책을 프랑스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황씨는 "몇몇 프랑스 대학에서 강의를 요청해 현재 협의 중"이라며 "정부가 시행 중인 문인 해외연구 지원 제도의 도움을 받아 런던 체류가 끝나는 내년 4월 이후엔 파리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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