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업체 "한국인력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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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정보통신업체들이 앞다퉈 국내에 연구소를 세우고 있다.

반도체.통신.인터넷 분야에서 우리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거점으로 삼자는 계산에서다.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는 7일 국내에 주문형 반도체(ASIC)관련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앞으로 3년간 최소 1천1백80만달러(약 1백40억원)를 연구비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성원 시스코코리아사장은 "시스코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밖에 연구소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시스코의 네트워크 스위치.라우터 등에 들어가는 각종 반도체 칩을 설계.테스트하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국 벨연구소 설립계획을 발표한 루슨트 벨연구소도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확보하고 장비 도입과 함께 연구원을 채용 중이다.

한국 벨연구소는 내년 2월부터 1백명의 연구원으로 광통신.무선통신.교환시스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루슨트 관계자는 "첨단기술제품 개발과 함께 한국의 강점기술을 해외에 소개해 기술중심의 벤처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 중" 이라고 밝혔다.

IBM.오라클 등도 기존의 연구소에 새로운 첨단기술 개발 임무를 줘 새 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있다.

한국IBM은 내년 초 리눅스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본사로부터 이미 투자를 유치했다.

리눅스 연구를 위한 각종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이 센터는 자체 연구뿐 아니라 국내 벤처기업들에 실험.테스트기관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오라클은 최근 기존 부설연구소를 '모바일 연구센터' 로 지정, 세계의 주요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라클의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개발할 이 연구소는 아시아지역에서 한국에만 설치되는 것이다.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http://kita.technet.or.kr)의 '외국인 투자기업의 연구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외국계 기업의 연구소는 1999년 말 현재 3백90개사 4백75개소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내 민간기업연구소의 9.9%에 해당하지만 연구비 투자비중은 25%에 달한다.

산기협의 한기인 조사연구팀장은 "정보기술(IT)분야에서 미국세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자극받아 조만간 일본과 유럽업체들도 잇따라 가세할 것" 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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