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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5분 걸리는 국제중 합격 판단 실제론 1초면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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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에 대해서는 지구에서 1등 할 자신 있습니다” 대오교육컨설팅 오기연 대표가 자녀 교육과 대치동 사교육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2009년 교육계를 발칵 뒤집었던 ‘대치동 오선생’. ‘현직 고교교사 신분으로 강남 지역 학원에서 국제중·특목고 입시특강을 하며 거액의 컨설팅 비용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으며 감사원 조사까지 받았던 주인공이다. 그는 이후 모교이자 20년 간 몸담았던 학교를 떠났다. 그랬던 그가 최근 다시 한 번 강남 엄마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 ‘오선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궁금했다. “오선생은 실존인물이라던데,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전민희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11일 그를 만난 건 대치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였다. 대치동의 ‘대’와 오선생의 ‘오’가 조합돼 탄생한 ‘대오교육컨설팅’. ‘대치동 오선생’은 이제 이곳의 대표가 됐다. 그는 2009년 학교를 그만둔 뒤 이듬해 7월 학원가가 밀집한 대치동에 컨설팅업체를 차렸다. 자신을 “국제중·특목고 입시의 미다스 손”이라 주장하는 오기연(51) 대표와의 인터뷰는 장장 8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도 ‘아내의 자격’을 봤을까. “드라마는 안 보지만, ‘오선생’이란 인물이 나온다는 얘기는 학부모에게 들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오선생’은 상담 시작 5분 만에 국제중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강남 엄마들 사이에선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대단한(?) 존재다. 이에 대해 오대표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 바쁜 세상에 5분이 웬말입니까. 1초면 됩니다. 상담 받으러 온 학부모의 태도만 봐도 아이의 국제중·특목고 합격·불합격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 태도만 봐도 안다’는 게 무슨 뜻인가.

 “부모를 보면 아이의 인성이 보인다. 잘난 척하는 부모 밑에서 뭘 보고 배웠겠나. 우선 부모의 태도를 보고 컨설팅을 맡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아이는 볼 필요도 없다. 잘난 척하는 부모들에게는 ‘나 아니라도 당신 자녀는 잘 될 것 같으니 집에 가라’고 한다. 예외는 없다. 대신 겸손한 학부모가 오면 ‘최선을 다할 테니 내게 맡겨보라’고 한다.”

-기억에 남는 학부모도 있겠다.

 “지난해인가. 한 번은 어떤 엄마가 상담약속 시간에 늦었더라. 바쁜 일이 있는 줄 알았더니 골프장에 다녀오느라 늦은 거였다. 골프를 상당히 잘 친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평생 골프나 치라’고 돌려보냈다. 아이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는 1분 1초도 아깝다.”

-안티 팬이 많은 이유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싫으면 컨설팅 안 받으면 된다. 하지만 진정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 방식에 따르라는 소리다. 내 말을 잘 듣는 사람들만 도와주면 된다. 대치동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비결이기도 하다.”

-일부러 그런다는 얘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치동 학부모들을 컨트롤 할 수 없다. 대치동이 어떤 곳인가. 이 지구상에 대치동보다 교육열이 높은 곳은 없을 거다. 위계질서를 세우지 않으면 학부모들에게 좌지우지돼 장사 못해먹는다.”

-본인의 컨설팅에 그렇게 자신이 있나.

 “그렇다. 대치동 사교육 시장과 자녀교육, 특목중·고 입시에서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신사임당이 환생하면 모를까….”

그의 자신감은 두 딸을 명문고·명문대에 보낸 데서 나왔다. 민사고를 졸업한 첫째 딸은 고교 재학시절 처음 치른 SAT1에서 2400점 만점을 받았다. 현재는 콜롬비아대 생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둘째는 올해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때 한 영자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영어에세이 대회에 참가한 뒤, 5회 연속 전국 대상을 수상했다.

-딸들을 명문고·명문대에 보낸 비결이 있다면.

 “아내가 딸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한글을 가르쳤다. ‘호랑나비는 무늬가 있고, 배추흰나비는 하얀색이야’라며 나비의 종류, 생김새, 날아다니는 모양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노래를 불러주고, 책을 읽어줬다. 이런 노력이 지금의 두 딸을 만들었다.”

-사교육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켰나.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던 1998년, 노원구 중계동에서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 왔다. ‘큰물에서 좋은 아이들과 경쟁하며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때부터 발로 뛰었다. 신문에 끼어들어오는 학원전단지를 모으고, 직접 학원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았다. 그때는 대치동에 학원이 300개 정도 있었다. 6개월 동안 퇴근 후 매일같이 대치동을 훑으니 안 가본 학원이 없더라. 아이의 성향에 맞는 학원도 눈에 보였다.”

-그 정도면 병 아닌가.

 “실제 딸들에게 올인하는 내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미쳤다’는 얘기도 많이 했다. 나는 취미가 없다. 그 흔한 골프 한 번 안쳐봤다. 친구도 안 만난다. 술은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 그 시간을 딸들과 함께 책 읽고, 진로계획을 짜주는데 투자했다. 두 딸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라도 전화통화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우나도 안 간다.”

다시 컨설팅 얘기로 돌아왔다. ‘대치동 오선생’ 컨설팅의 백미(白眉)는 ‘그룹핑(Grouping)’이다. 특히 국제중을 준비하는 초4~6학년을 대상으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어 과외를 받게 한다.

-그룹핑이란 게 정확히 뭔가.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을 묶어 그룹과외를 받게 하거나 학원수강을 하게 한다. 경쟁자가 있으면 학습효율이 오르고,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다. 과목도 세분화돼 있다. 국어는 독서·토론·논술·문법, 영어는 읽기·쓰기·디베이트, 수학은 창의사고력·선행심화·경시 같은 식이다.”

-그룹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나.

 “학부모가 먼저 제안할 때도 있고, 시기를 봐서 내가 짜기도 한다. 한 학부모가 ‘자녀를 발명대회에 내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그 대회에 관심 있어 하는 아이들을 모은 뒤 강사를 정해준다. 이때 강사는 주로 명문대 재학생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비슷한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멘토’인 셈이다. 현재 100개정도 그룹이 형성돼 있고, 현재까지 관리해준 학생 수는 5000명 정도 된다.”

-컨설팅 비용이 엄청나다고 들었다.

 “1년에 100만원이니 한 달에 8만3000원 꼴이다. 새벽 2시까지는 항상 깨있으니 수시로 상담이 가능하다. 두 번째 해부터는 50만원으로 할인해 준다. 현재 집중 관리하는 부모들은 500명 정도 된다. KSA 과학축전이나, 특허청 발명기자단 모집 정보 등 학생들의 스펙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엄마들에게 신청하라고 단체 문자를 보내는 등 고객서비스(?)도 한다(웃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엄청난 비용’은 아니다.”

그럼 요즘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원은 어디일까. 효과적인 학원선택법은 실제로 있는 걸까. 오선생에게 대치동 학원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신문을 가져왔다. 신문을 펼친 그가 가리킨 것은 기자가 쓴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으로 본 국제중 입시 현실(4월 5일자 중앙일보 강남 서초 송파&)’ 기사였다. 내용은 국제중에 자녀를 보낸 세 엄마의 얘기다. 오 대표는 "자녀를 대치동 학원에 보내는 엄마들도 대치동을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기사를 읽었나.

 “도대체 누가 대치동 ‘빅4’에 덕스어학원이 포함된다고 했나. 그곳은 그냥 영어책 읽는 곳이다. 어학원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그 학원 홍보하려고 쓴 기사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디가 ‘빅4’인가.

 “ILE·렉스킴·피아이까지는 맞다. 정말 많은 엄마들이 이곳에 아이들을 보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 최근 ‘빅4’로 뜨는 학원은 A1레거시다. 초등 저학년에게 맞는 미국 교과서를 들여와 가르치면서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인기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닐 텐데.

 “학원에서 핵심이 되는 ‘대표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 와이즈만은 초등 중·저학년의 과학실험실습교육이 메인이다. CMS는 경시대회 준비를 잘 시킨다. 실제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학원 명성만 믿어서는 안 된다. 수학 전문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듣게 하는 엄마들은 바보다.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이다.”

-방학 무렵이면 특히 학원전단지가 많은데.

 “방학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찬스 중의 찬스다. 대치동에서는 신문보다 두꺼운 학원전단지가 쏟아진다. 유명 학원에게 방학은 ‘돈 버는’ 기회다. 대치동 ‘빅4’ 학원의 문턱도 방학 때는 낮아진다. 엄마들은 이때라도 아이를 ‘빅4’에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정규수업하기도 바쁜 스타강사들이 방학 때 강의를 할까. 고단수 학원마케팅에 우롱당하는 거다. 반면, 유명하지 않은 학원은 방학을 이용해 어떻게든 학원의 시스템과 강의를 홍보해야 한다. 자연스레 우수한 강사와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방학 때는 유명하지 않는 학원을 선택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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