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룸살롱들, 경찰에 상납한 내용이…'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료사진

경찰 지구대(현 파출소) 소속 경찰관 50여 명이 관내 유흥업소 30여 곳으로부터 2년간 총 14억여원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 수사가 ‘룸살롱 황제’ 이경백(40·수감 중)씨의 개인 상납 의혹에서 경찰 조직 전반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14일 동료 경찰관 두 명과 함께 구속된 박모(48·구속) 경사로부터 “2006~2008년 서울 강남경찰서 산하 논현지구대(현 논현1, 2파출소) 2팀에서 ‘총무’ 역할을 하면서 룸살롱 등 유흥업소 30여 곳으로부터 매달 총 1500만원씩을 받아 2팀 소속 경찰관들에게 월 50만~150만원씩 나눠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박 경사는 “당시 논현지구대에는 4개 팀이 있었기 때문에 유흥업소들의 월 상납액은 총 6000만원”이라고 밝혔다. 2년간 논현지구대가 유흥업소들로부터 받아 나눠 가진 분배액만 총 14억4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박 경사는 또 “당시 2팀에서 경찰 시보 등 3~5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분배금을 받아갔고 다른 팀도 비슷했다”며 “경찰관들은 총무가 나눠주는 분배금만 받은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유흥업소들과 접촉해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논현지구대에는 팀당 14~18명씩 총 70여 명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중 최소한 50명 이상이 유흥업소 돈을 받았으며 액수도 박 경사 진술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경사는 현재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산하 파출소 소속으로 있다. 그는 룸살롱 업주 이경백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처벌 강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경찰관들과 나눠 쓴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구체적인 분배 내역을 밝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2010년 이경백씨와 통화한 69명의 경찰관들을 확인하고도 한 명도 사법처리하지 않은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씨로부터 총 2억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모(42) 경사 등 경찰관 4명을 구속기소했다.

박진석·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