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展 12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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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삶을 잉태한 '흙'과 문명의 상징인 '철'을 화해시켜야 한다는 메시지지요"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철의 시대·흙의 소리'전(오는 12일까지)를 열고있는 민중미술가 임옥상(50)씨는 "철과 흙은 우리 시대를 온전히 보여주고 그 대책을 생각하는 데 가장 상징적인 소재"라고 말했다.

2층 '흙의 소리' 전시장에는 높이 3.2m, 길이 5.5m의 흙 두상 하나가 옆으로 누워있다.

"지구 자체에 생명(가이아)이 있어서 인간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했습니다. 흙으로 이뤄져있을 거라고, 사람에게 뜻을 전하려면 사람의 얼굴을 할 것이라고 짐작했지요."

속이 비어있는 두상 안으로 들어가면 '후-욱 후-욱'하는 커다란 숨소리가 들리면서 하늘 그림자가 담긴 물의 영상이 바닥에 비친다.

"대지의 숨결로, 물과 하늘의 영상으로 인간에게 말을 하는거지요. 과욕과 자만에 찬 인간에게 주려는 깨달음의 메시지라고 할까요."

예전부터 흙으로 된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고 싶어하던 그는 이번에 뜻을 이루었다.

"흙은 원적외선을 방출하고 습기를 빨아들고 내뱉으며 숨을 쉽니다. 하지만 쉽게 부서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목포대 건축과의 황혜주 교수에게서 진흙과 모래, 석회를 적절한 비율로 섞은 마사토 흙 제조법을 배웠어요. 흙 고유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견고하고 보존성이 강한 재료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이지요. 앞으로 벽화작업부터 대형 조각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흙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지하 1층 '철의 시대' 전시장에는 길이 9m, 높이 2.4m의 핵탄두가 위용을 자랑한다.

탄두에는 전쟁의 참상을 담은 영상이 비쳐진다. 탄두 안쪽으로는 불빛이 회전하며 번뜩이는 가운데 기관총 쏘는 소리가 요란하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기로 변화한 철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대의 문제점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도입니다."

임씨는 매일 오후 6시~7시에 '작가와 함께 보는 전시' 시간을 운영중이다.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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