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연말 '3색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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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정몽구).MH(정몽헌).MJ(정몽준) 등 현대가(家)의 연말 정기 인사가 계열간에 묘한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된 MK의 현대자동차는 대폭의 승진인사가 예고되고 있는 반면 건설.전자 등 주력사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MH 계열은 감원인사로 혹독한 추위를 맞을 전망이다. MJ의 현대중공업은 예년 수준의 `평년작'이 예상된다.

시기는 예년과 같이 연말을 전후할 것으로 예상되나 계열분리와 계열사간 독자노선 등의 영향으로 그룹차원의 취합발표가 사라진 점이 달라진 풍속도다. 물론 계열사간 임원이동도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 MK계열, 승진 폭 커질 듯 = 현대자동차 그룹 임원들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인사문제를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MH계열의 분위기를 의식한 MK가 지난 9월 계열분리 이후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현대차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대폭의 승진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계열분리와 맞물려 양재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만큼 조직내부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당위론에서다. 아울러 현대.기아차가 올들어 안팎의 난관을 무릅쓰고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20∼30% 가량 늘린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시기는 연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높다. 사옥이전이 연말에야 완료되는데다 MK의 `복안'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인사내용은 `물갈이'와 `안정'을 적절히 조화한 실무형 인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적체의 숨통을 틔우면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도 경영여건이 만만치 않아 조직내부를 추스리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임원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MK의 용병술에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이계안 현대차 사장등 현 경영진이 어떤 식으로 포진할지도 관심사다.

◇ MH 계열은 칼바람 불듯 = MH의 주력사인 현대건설의 경우 감원인사는 예정된 수순이다. 지난 10월 임원 30%를 감축한 현대건설은 추가로 임원과 차장이상급 20∼30%를 내보낼 계획이다. 승진 등 정기인사는 내년 2월께 열리는 주주총회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반도체 경기가 불투명한 전자 역시 승진인사 폭이 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열분리의 여파로 영업환경이 좋지 못한 종합상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상선의 경우는 예외다. 해운업 호황으로 올해 영업실적이 양호해 대규모 승진인사가 있을 것이라는게 상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선 관계자는 "20여명 정도의 승진인사가 있었던 지난해보다 승진 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사기진작 차원의 인사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MJ 계열사는 예년수준 = MJ 계열사는 예년 수준에서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가급적 MH쪽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부문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려 큰 폭의 승진인사가 예상되지만 발전과 플랜트부문은 경기부진으로 승진폭이 줄 것으로 관측된다. 중공업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한 20여명의 승진인사가 있을 것"이라며 "두드러진 특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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