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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수출 둔화” … 구리아 “여력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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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누리엘 루비니(左), 앙헬 구리아(右)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로 추정되는 공공부채 규모와 수출 증가세의 둔화 등을 감안할 때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공고하며, 내수진작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거나 재정정책을 쓸 여력이 있다.”(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15일 ‘중국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과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루비니 교수 등 비관론자들은 ▶수출 둔화 ▶지방정부 채무 악화 ▶부동산 가격 급락 ▶지방재정 부실 등을 근거로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세계경제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우려가 있다. 1분기 중국의 최대 교역 지역인 유럽 수출이 1.8% 줄었다. 원자재와 임금 등 생산원가가 오르면서 수출업체의 경영난도 커졌다. 이 와중에 미국과의 통상 마찰까지 불거졌다. 미국은 지난달 유럽연합(EU)·일본과 함께 희토류 등 중국의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의 새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통상마찰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투자와 소비 감소 등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2009년 말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부동산 과열 억제책으로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70개 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은 올 2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방재정 부실이 커지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지방 정부가 대규모 부동산 투자로 손실을 보면서 부채가 늘었다. 2010년 말 기준 지방정부 채무액은 GDP의 26.9%인 10조 7100억 위안이다. 전체 지방정부의 40%가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지방 재정 악화는 은행 부실과 국가 재정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최근 중국 경제의 부진을 산업구조 고도화와 내수확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으로 성장률은 일시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내수확대, 전략적 신흥사업 개발, 빈부격차 완화 등을 통해 장기적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과거에도 중국 당국의 목표성장률은 8%였지만 실제로는 10%에 육박했다.

 낙관론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나 지방정부 부채 등이 잠재적 위험요인이지만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 능력도 충분하다고 본다. 중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43.5%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다. 중국 수출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도 낙관론의 근거다. 지난해 중국의 유럽·미국 수출 증가율은 14%에 그쳤지만 신흥국 수출은 20~30%대로 괜찮았다.

 중국은 한국의 제 1 교역국이다. 대 중국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신흥국으로의 수출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는 한편 중국의 내수 확대 정책에 의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는 추세를 감안해 서비스시장 진출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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