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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원료 "피부 닿으면 즉시 타버리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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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통신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시리즈를 발사하기 위해 사용한 추진체 ‘은하(미국 이름 대포동)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염도가 심한 추진체 혹은 미사일이다. 은하 시리즈 분석에 따르면 추진체에 사용되는 연료·산화제가 질산 계열의 독성이 심한 발암·환경 오염 물질이기 때문이다.

2009년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직후 이를 분석한 미국 MIT 공대의 시어도어 포스털 박사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포동은 산화제로 AK-27을 사용한다. 산화제는 연료에 불을 붙이는 촉매로, 자동차나 항공기는 산소를 이용한다. 그런데 질산 계열의 AK-27은 N2O4(사산화이질소) 27%, 질산 73%의 혼합물로 강산성의 유독성 화학 물질이다. 접촉할 경우 인체에 큰 피해를 입힌다. 현대 로켓에선 사용하지 않으며 이를 주로 사용해 온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상업용 로켓의 산화제로는 주로 훨씬 성능이 좋은 액체 산소를 사용한다. 그러나 액체산소는 관리와 취급이 까다로워 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산화제 AK-27은 효율성 척도인 비추력(1㎏의 산화제-연료로 1㎏의 추력을 추진하는 시간)이 낮다. 한국의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됐던 나로호의 산화제인 액체산소(연료는 등유)의 비추력은 270초, 우주왕복선에 사용하는 액체산소(연료는 액체수소)는 450초다. 그런데 AK-27은 220초에 불과하다. 이처럼 효율이 낮지만 보관이 편해 1950~60년대 군용 미사일에 사용됐다. 그 점도 AK-27을 사용하는 은하 추진체를 군용 미사일로 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연료로는 발암·오염성이 강한 질산 계열 혼합물(트리메틸 아민+자일리딘) ‘톤카’가 사용됐다. AK-27처럼 오래 저장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체 미사일 연료를 사용하고 있을 때였다.

2단 로켓의 연료 문제는 더 크다. 일부에서는 등유라고 주장하지만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의 장영근 박사를 비롯 많은 전문가는 하이드라진(UDMH)이라고 지적한다. 비린내 나는 노란색 액체로 발암물질이며 자연분해도 되지 않는다. 독성을 0, 1, 2, 3, 4로 구분할 때 4에 해당하며 흡수되면 피부, 눈이나 폐에 심한 손상을 준다. 적절한 안전 장치를 갖출 경우 고압보일러의 탈산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은 80년대 초, 러시아는 2000년부터 환경오염을 이유로 미사일이나 로켓 추진체에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UDMH는 비추력이 300초로 효율이 높고 안정돼 미사일에 폭넓게 사용됐다. 소련의 프로톤 로켓이나 소련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의 연료로 사용됐다. 미국의 구형 ICBM인 타이탄, 중국의 DF-4/5 미사일 등에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과 SA-5 지대공 미사일에도 사용한다.

은하 시리즈의 경우 이런 오염 물질이 1, 2단 추진체에 꽉 차 있다. 포스털 박사에 따르면 은하2의 1단계 추진체엔 69t이, 2단계엔 15.7t이 있다. 총 84t이다. 장영근 교수는 1단계 52.8t, 2단계 17.8t으로 본다. 발사 초기 폭발하지 않고 떨어지면 유조차 3대 분량 정도인 70t 이상에 가까운 독성 발암 물질이 낙하 지역에 들이부어지는 꼴이 된다. 한 전문가는 “질산 원액은 황산·염산 다음으로 독성이 강하며 폭탄 원료로 사용하는 물질”이라며 “원액이 사람이나 동물 피부에 닿으면 즉시 타버리고 건물은 부식한다”고 했다.
은하3호 상승 궤도 바로 밑에 있는 백령도·소청도·어청도에 추락해 연료가 덮쳤다면 재앙 수준의 참사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바다로 떨어져 퍼지면 물고기들도 큰 피해를 보고 해역도 일정 기간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은하3호의 경우 정확한 추락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폭발로 연료가 완전 연소되지 않았다면 평택~군산 120㎞ 앞바다가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수 있다.

장 교수는 “독성이 심한 UDMH 같은 발암물질은 효율도 낮아 위성 발사용 상용 로켓이라면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이 추진체가 육지에 떨어지면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인구 밀집지역에 떨어질 경우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문제행위”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이 오염 덩어리가 된 이유는 그 뿌리가 소련 미사일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방 측 정보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계보는 스커드→노동 미사일→무수단→대포동으로 이어진다. 노동 미사일은 80년대 이집트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련제 스커드 B형이 모체다. 그 엔진을 확대 개량해 두 배 정도 추력이 큰 노동 미사일 엔진을 제작했다고 본다. 무수단은 소련 잠수함 발사형 미사일 R-27(SS-N-6)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고철로 구매, 분석한 뒤 역설계해 자체 생산한 것이다. 사정거리 3000㎞이며 10여 기가 함남에 실전 배치돼 있다는 게 정보 소식통의 전언이다. 무수단은 북한의 군사퍼레이드에서 여러 번 공개됐고 이란에도 수출됐다.

대포동의 경우 독일의 로버트 슈무커 뮌헨 기술대학 교수는 93년 분석에서 “대포동1은 러시아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인 SA-5(러시아 이름 S-200)를 이용했다”고 했다. 포스털 교수는 대포동2의 2단계도 R-27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SA-5는 소련에서 도입해 북한이 운용하는 사정거리 250㎞의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인데 대포동 3단계에도 이 기술이 활용됐을 것으로 장 교수는 보고 있다. 요컨대 북한은 새 로켓엔진을 확보하기 어려워 소련제의 여러 요소를 취합해 대포동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북한이 소련 미사일 구조를 아직도 사용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 때문”이라고 했다. 추진제와 연료를 바꾸려면 엔진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미사일 대국 러시아는 설계 능력이 있어 구조 변경으로 친환경 산화제와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결국 현대 미사일 분야에서 북한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도가 높고, 이번에 실패한 은하(대포동) 로켓은 그런 의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염도가 높은 장거리 로켓”이라고 했다.

안성규 기자·김병기 객원 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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