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화가, 미국서 북한 풍자 그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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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탈북자 출신 화가 송벽씨가 전시회 때 첫선을 보이는 그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초의 탈북자 출신 화가로 알려진 송벽(43)씨가 미국 워싱턴을 찾았다. 그는 13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워싱턴 시내 전시공간 ‘듄(The Dune)’에서 개인 전시회를 연다.

 송씨가 쉽지 않은 해외 전시를 결심하게 된 건 북한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길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나 혼자 자유를 만끽하는 게 늘 미안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달라 호소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 차원에서 이번에 한국에서 들고 온 그림 21점은 모두 북한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

 황해도 출신의 송씨는 7년간 선전 포스터를 그리다 탈북했다. 처음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려고 했다. 하지만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고 자신도 수용소에 감금됐다. 북한 사회에 환멸을 느낀 송씨는 2002년 북한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 온 그는 공주사범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송씨의 그림은 북한의 피폐한 현실에 유머와 해학의 옷을 입힌 것으로 유명하다. 배우 메릴린 먼로가 바람에 날리는 스커트를 붙잡는 유명한 그림. 하지만 몸 위에 붙어 있는 얼굴은 먼로가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북한 사회를 감추려 하는 모습을 먼로의 치마로 형상화했다.

또 송씨 그림엔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이한 점은 모두가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들에선 몰래 실눈을 뜬 병사들이 나온다. 송씨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제 눈을 뜨라고 외치고 싶다”며 “그런 바람을 그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전 세계를 돌며 북한 인권문제를 알리는 것이다. 때로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렵게 되찾은 예술혼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거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 합니다. 자신의 목숨, 그런 거 두려워하면 예술가이길 포기해야죠. 난 절대로 선전 포스터 화가 때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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