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직관리 전문가 기용 … 군부장악 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정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11일 당총비서 등극을 앞두고 단행된 북한 군부의 개편은 인적 쇄신을 통한 권력 장악의 수순으로 분석된다. 비록 빨치산 출신과 당성이 강한 인물들의 ‘회전문’ 인사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0일 일부 공개된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각 총정치국 제1 부국장의 인민무력부장 기용이다. 사실상 총정치국을 이끌었던 그를 인민무력부장으로 기용한 것은 이영호 총참모장(차수)의 작전 라인과 행정·인사 라인을 분리해 군부를 견제하고 장악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총정치국은 ‘군 속의 당’으로 인민군을 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런 만큼 작전통이 아닌 조직 장악력이 주특기인 인물에게 우리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을 맡겨 군부를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도 군부 장악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북한 체제의 버팀목이자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군부 장악에 가장 관심을 두는 차원에서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차수 계급장을 달고 등장한 최용해(62)는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인물로 꼽힌다. 1990년대 후반 좌천됐던 그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이 한창이던 2010년 10월 대장 계급장을 달고 정치국 위원으로 컴백했다. 김일성의 오른팔이었던 최현의 아들인 그의 약진은 세대교체의 사례로 꼽힌다. 평균 연령이 80대 내외인 북한 최고위층의 나이를 고려하면 장년층에 속하는 60대들을 등용시킴으로써 세대교체를 단행한 셈이다.

 김정일 역시 1998년 국가지도자에 오를 때 김일성 시대의 사람들을 ‘명예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퇴진시키면서 노년층에 대한 예우라는 명분을 살리고 실리를 챙긴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세대교체엔 28세의 젊은 나이에 권좌에 오른 김정은이 아무리 최고지도자라도 할아버지뻘인 80이 가까운 인물들과 국정을 이끌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김영춘(76) 전 인민무력부장에겐 명예직을 맡김으로써 조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