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사업 법정으로 '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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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이 최근 현대중공업으로 결정된 차기 잠수함 건조사업(KSS-Ⅱ)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25일 법원에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로써 2009년까지 최신형 잠수함 3척을 건조할 예정인 이 사업은 법정 소송으로 비화됐다.

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다음달 착수할 예정인 차기 잠수함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측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본안 소송을 낼 계획이어서 대법원까지 가는 송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 의혹 제기한 대우조선=대우조선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현대중공업을 선정했기 때문에 정부는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해선 안된다" 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은 "방위산업의 특성상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국방부가 단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을 선택한 의문이 있다" 고 밝혔다.

입찰 때 대우조선은 9천8백90억여원을, 현대중공업은 이보다 적은 9천4백50억여원을 사업비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정부가 평가를 하면서 과거 실적과 현재 건조능력, 인력 보유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았고▶현대중공업이 제출한 계획이 현실성이 없으며▶대우조선과의 협상 절차가 생략됐기 때문에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법' 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은 "1987년부터 잠수함 9척을 건조 중인 대우조선의 축적된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전혀 잠수함 건조 경험이 없는 현대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현대에 대한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은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계약하면 ▶1천억원 이상 들어간 대우조선의 잠수함 전용 도크와 5백여명의 기술인력이 쉴 수밖에 없고▶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수행하려면 기술.설계도입비 등 7백10억원 이상의 외화가 낭비되며▶과당 경쟁은 덤핑 수주로 이어져 잠수함의 안전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국방부와 현대중공업의 반박〓국방부는 "어떠한 정치적 외압도 없었으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했다" 고 강조하며 대우조선의 움직임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논란의 핵심은 현대중공업이 잠수함 건조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나왔는데, 평가단은 현대중공업이 노력해 잠수함 건조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판단했다" 며 "이 사업을 지휘할 독일의 HDW사도 실사를 통해 같은 평가를 내렸다" 고 말했다.

그는 잠수함 건조설비의 중복투자 논란에 대해 "대우측이 투자한 잠수함 전용 설비는 그동안 대우측이 건조한 잠수함의 정비에 활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잠수함은 6년에 한차례 정비해야 하는데 대우조선측은 9척의 정비물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군.국방부.산업자원부 등 범정부조사단이 1년 넘게 실사를 벌여 공정하게 선정한 것으로 평가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설계.건조 능력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선진국 기술진이 검증했다" 면서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선정됨으로써 우리도 미국.일본처럼 잠수함 건조 복수 경쟁체제에 들어선 것이며, 양사의 경쟁으로 앞으로 독자적인 설계.건조기술을 더욱 빨리 확보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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