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이 마모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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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 감독이라고 하면 유명한 애니메이션은 〈공각기동대〉일 것이다. 〈공각기동대〉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에서 세계 최초로 동시 개봉한 애니메이션으로, 미래의 네트워크 세계에서의 경찰과 정보를 점령하려는 자들과의 싸움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그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공각기동대〉에 앞서 유명하게 만든 것이, 바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이다.

원작 만화자체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연재된 것들이라 미래라 지칭한 시간적 배경은 이미 지난 1998년. 레이버라고 불리는 기동 로봇이 만들어지고 산업현장의 곳곳에 투입된다. 이러한 로봇들이 생기면 분명 이것을 이용한 범죄도 늘게 마련이어서, 그 범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패트레이버 기동 경찰대이다.

주인공인 노아는 경찰관이 되자마자,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특수 2과 제2소대 패트레이버 부대에 배속되고 그곳에서 패트레이버 1호기의 파일럿이 된다. 남자 주인공 시노하라는 '시노하라 중공업'이라고 하는 레이버 생산업체 사장님의 아들. 하지만 아버지에 반항하는 의미에서 집에서 뛰쳐나와 노아의 백업을 맡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먼저 TV판으로 크게 히트를 쳤었다. 건담이라던가 마크로스 등 전쟁물의 로봇물만이 넘쳐나던 시대에 색다른 로봇물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가까운 미래를 다루는, 그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던(그 시대를 지난 지금도 레이버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내용을 다룬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종류의 다른 애니메이션에 보다 먼저 TV판을 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인기를 누리는 작품이다.

TV판이 만화책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었다고 한다면 극장판은 만화책 원작에는 없는 다른 스토리로서 승부를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극장판의 스토리부터 먼저 살펴보자.

오프닝에서부터 갑자기 한 대의 자위대 군용 레이버가 폭주를 한다. 그 레이버를 멈추기 위해서 군대가 출동하여 그 레이버를 멈추게 되는데, 그 레이버는 무인. 그러니까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던 레이버가 폭주한 셈이다.

한편, 노아와 시노하라는 동경만의 새 항구 건설 계획 '바빌론 계획'을 구경하고 있다. 그곳에서 본 것은 3번째 레이버인 레이버 영식과 바빌론 계획의 중수라고 하는 방주였다.
도시에서 폭주하는 레이버가 계속 나오자 그 레이버들의 공통점을 찾던 시노하라는 그것들이 모두 시노하라 중공업에서 만들어 놓은 '시노하라 HOS'를 사용한 것을 알게 된다.

그러자 고토우 대장(특수 2과 제 2소대 대장)은 형사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제작자를 뒤쫓게 하고 시노하라는 따로 '시노하라 HOS'가 작동되는 원리를 찾는다. 그 원인이 바람이 방주를 통과하게 되면서 생기는 특수 파동이 원인이라고 알게 될 때, 마침 태풍이 올라오게 되고, 동경 전체 레이버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제 2소대는 방주를 파괴하러 간다. 이것이 대략적인 스토리이다.

이 작품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완성도가 높은 애니메이션이다. 사건의 발단부터 해결, 그리고 범인의 동기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어가면서 깨끗히 마무리가 되어 있다.
오프닝에서 범인의 자살을, 그 뒤 범인의 옛 모습을 뒤쫓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 설명으로 동기를 설명해준다. 마치 한편의 하드 보일드한 추리소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 패트레이버 극장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레이버 1호기와 2호기가 방주에 들어가면서 그곳의 자동 방어 로봇들과 벌리는 총격전이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로봇들과 싸우다가, 나중에는 '시노하라 HOS'가 실린 모든 작업용 레이버와 싸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노아가 모는 레이버 1호기와 '시노하라 HOS'를 탑재해서 폭주를 하게 되는 최신형 패트레이버인 영식과의 전투가 이 애니메이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극장판 2편이 약간 무거운 내용과 적은 액션신으로 심오한 의미를 담고자 한 것에 비해서 극장판 1편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과 흥미로운 배경 스토리 등 볼만한 내용이 많다.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좋아한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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