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에 막힌 노다, 야당과 증세 동맹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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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추진 중인 소비세 인상 문제로 일본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적이 누군지, 아군이 누군지 구별할 수 없는 대혼돈이다. 노다 총리, ‘반(反)증세’로 당내에서 노다를 위협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 중의원 해산을 이끌어 내 정권을 조기에 탈환하려는 야당 자민당의 세 개의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노다 총리가 소비세 법안 처리를 위해 제1야당인 자민당의 손을 잡는 ‘희대의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혼란은 노다 총리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줄곧 다듬어 온 소비세 인상 법안을 지난달 30일 의회에 제출하면서 증폭됐다. 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엔 10%로 올리는 게 골자다. 선진국 가운데 최악인 국가 부채 문제를 바로잡고 사회보장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노다 총리의 신념이 투영됐다. 노다는 6월 말로 예정된 국회 회기 내에 법안을 처리할 작정이다.

 “증세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2009년 총선 공약 위반”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오자와 그룹은 법안이 제출되자 곧바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29명의 오자와계 의원이 2일 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집단사표를 제출했고, 이들 중 한 명은 탈당을 선언했다. 이 와중에 연립정권에 참여했던 국민신당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대표도 소속 의원 한 명과 함께 연립 이탈을 선언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민주당을 포함한 연립여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과반(240석)보다 59명 많은 299명, 오자와계에서 반대표가 60표만 나와도 법안의 중의원 처리는 물 건너간다. 예전에 비해 파워가 줄긴 했지만 최대 파벌인 오자와계 모임에 출석하는 중의원 수는 80명을 웃돌아 노다에겐 쉽지 않은 싸움이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해도 야당이 과반수인 참의원의 벽이 노다의 앞을 또 가로막고 있다.

 이런 정치지형 때문에 노다 총리가 결국 자민당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노다 총리와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의 2월 말 극비 회동설, 사실로 확인된 노다의 오른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와 자민당 수뇌부의 물밑 접촉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여당 시절 소비세 증세를 내걸었던 자민당은 “협조를 받으려면 먼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안이 제출되고 민주당 집안 싸움이 가열되자 “노다 총리가 오자와와 결별하고, 총선 실시 시기만 명확히 제시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이시하라 노부테루 간사장)며 입장이 유연해졌다. 이 같은 제안에 노다 총리와 민주당 수뇌부는 일단 “털끝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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