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하다 산모·아기 사고 … 국가 최고 3000만원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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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내년 4월부터 분만 과정에서 산모나 신생아가 숨지거나 아이한테 뇌성마비가 생기면 정부가 최고 3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명백히 의사한테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다. 보상기금(연간 41억원)은 정부가 70%, 산부인과 의사들이 30%를 부담해 조성한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확정했다.

 그동안 분만 과정에서 의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사고가 생기는 사례가 간혹 있었지만 환자 측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길이 없었다. 정부는 연간 산모·신생아 사망 180건, 신생아 뇌성마비 100건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9일 출범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산하 의료사고 보상심의위원회가 불가항력적 사고인지, 보상금을 얼마로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당초 정부와 산부인과 의사가 보상금 기금을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으나 의사들이 “과실이 없는데 왜 돈을 내느냐”고 반발해 7대 3으로 조정됐다. 산부인과는 분만 건당 2860원 정도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만 관련 사고가 아닌 일반적인 의료사고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9일부터 중재를 시작한다. 이 제도는 24년의 논란 끝에 도입됐다. 의료사고를 당해 중재원에 접수하면 의사·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진료기록을 감정한 뒤 의사 과실 여부나 정도를 따져 조정안을 만든다.

환자와 병원이 동의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어느 한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으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의료사고 조정은 접수 후 90일(30일 연장 가능) 내에 처리한다. 지금까지는 의료사고가 생기면 환자가 직접 소송을 해야 했고 평균 2년3개월이 걸렸다. 2010년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의료 사고는 361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사망이나 중증장애 사고가 아닌 경미한 의료사고이고 중재원에서 조정이 됐을 경우에 한해 내년 4월부터 의사의 형사처벌이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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