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홍익대 미술 실기고사 바뀐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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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 수시전형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실기고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동아대 실기고사 모습.

서울대는 올해부터 미술대학 신입생을 수시로만 선발한다. 1단계에서 서류평가와 실기고사를 반영해 5배수를 선정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초소양실기평가로 1단계를 선발한다. 최종합격자도 전공적성실기평가 점수로 결정한다. 실기가 당락에 절대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반면 홍익대는 모든 전형에서 실기를 폐지하고 미술활동보고서를 평가한다. 정성평가(평가대상을 계수·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문에서 사용하는 평가방식)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서울대, 개성적이고 다양한 표현력 보여줘야

“기초소양실기평가는 가짜 창의력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서울대 미술대학 이용덕 부학장은 “암기식으로 훈련 받은 수험생은 기초소양실기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가는 기존의 실기고사와 달리 3가지 문제를 출제한 후 4시간 안에 과제를 완성하는 형태다.

지난해 서울대 미술대는 고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고사에서 ▶연필이나 수성펜을 이용해 3개의 문(門)을 그리시오 ▶주어진 종이로 문을 표현하시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리시오 ▶다양한 형태의 의자를 가능한 많이 그리시오 ▶주어진 의자를 색종이로 표현하시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의자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리시오 등의 형태로 출제했다.

이 부학장은 “기초소양실기평가를 3가지 문항으로 출제한 이유는 지원자의 기초 드로잉 실력(재현력), 표현력,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반영할 수 있는 창의성 등 3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원자는 제시된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하지만 자신이 장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더 비중을 두고 시간을 안배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고교 대상 모의평가 결과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고교생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초소양실기평가를 대비하기 위해선 자신이 갖고 있는 장·단점에 구애 받지 말고 다양하게 창의적 활동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수 있다. 입시학원인 브이스토리닷컴 김영도 강사는 “서울대 기초소양실기평가는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교의 숙련도 보다는 개성적인 해석과 다양한 표현방식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로잉과 기초 실기능력을 창의적인 관점과 자신의 예술적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연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가 기교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지,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드로잉과 창의조형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 서울대는 총 102명을 선발할 예정이며 이 중 입학사정관 전형 6명을 제외한 모집인원은 기초소양실기평가와 전공적성실기평가의 단계별 전형을 실시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실기고사가 없는 대신 1단계에서 서류평가로 지원자의 3배수 이내를 선발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2단계에선 면접과 구술고사를 실시해 합격자를 결정한다.

홍익대, 실기 폐지돼 교내외 미술활동 넓혀야

“미술활동보고서는 지원자가 고교 때 진행한 미술 관련 활동을 바탕으로 미술에 대한 열정과 실기능력을 평가합니다.” 홍익대 장호명 입학관리본부장의 설명이다. 올해 홍익대는 실기고사를 폐지했다. 대신 미술활동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교과, 비교과, 종합의 3개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 교과와 비교과 활동은 각 5개항목까지 입력이 가능하다. 종합은 지원자가 자신의 열정과 실기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활동과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한다.

홍익대는 수시 1차 홍익미래인재전형에서 모집정원의 70%를 선발하고 수시 2차 학생부100% 전형에서 나머지 모집인원을 선발한다. 홍익미래인재전형은 다단계 전형방식이다. 1단계에서 학생부 100%로 6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학생부(70%)와 미술활동보고서(30%)를 반영해 3배수를 선발한다. 최종 단계에선 학생부(40%)와 미술활동보고서(30%)에 면접(30%)를 합산해 합격자를 가린다. 지난해 수시전형에서 미술활동보고서 반영비율은 15%였다. 반영률이 2배나 늘어난 셈이다.

미술활동보고서는 지원자가 개별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해 입력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고교 미술교사가 1차 평가를 진행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홍익대는 미술관련 활동이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진행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지원자에 대한 열정·자기주도성·창의성·사고력 등을 평가한다.

장 본부장은 “공교육에서 일차적인 평가가 이뤄짐으로써 지원자가 미술 관련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열정을 드러냈는지 가려질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내활동과 관계없는 활동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지원자가 재학중인 고교에서 미술 관련 동아리와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이와 무관한 대외 활동이나 과정을 이수한 경우 또는 동아리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면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진정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학생부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 교내의 다양한 미술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홍익대 박혜영 입학사정관은 “미술활동보고서와 면접평가의 주안점은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잠재능력”이라고 말했다. “일반계 고교에서는 미술에 대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수 있지만 학교 행사나 단체생활 중 미술과 관련한 분야는 분명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학교나 동아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전시회와 공연관람 같은 행사가 이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미술활동보고서는 학교생활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며 관련 활동의 성실성 등을 평가해 평소에 꾸준하게 정리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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