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DJ다 … 홍대 앞에 부는 디제잉 배우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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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디자이너 하혜빈씨가 서울 서교동의 한 DJ학원에서 디제잉 연습을 하고 있다. 최근 하씨처럼 취미로 디제잉을 배우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하씨는 “디제잉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DJ아카데미’. 방음 처리된 약 5㎡(1.5평)의 연습실 안에서 하혜빈(23·여·헤어 디자이너)씨가 디제잉(DJing) 기기를 작동하고 있었다.

방안을 가득 메운 최신 클럽 인기곡 ‘셰이크 댓 부 부(Shake that Boo Boo)’는 하씨의 손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소리를 내며 변신했다. 하씨는 두 노래의 비트·속도를 맞춰 한 노래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하거나, 노래 가운데 효과음(effect)을 넣기도 했다.

하씨가 이곳에서 디제잉을 배우기 시작한 건 7개월 전. 일을 쉬는 금요일마다 학원을 찾아 2시간씩 강의를 듣는다. 하씨는 “원래 클럽 가는 걸 좋아해 클럽 음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디제잉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전문가 DJ시대는 옛말=하씨처럼 취미로 디제잉을 배우는 이가 늘고 있다. DJ아카데미 이광현(31) 실장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수강생이 20~30% 늘었다”며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직접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수강생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유명 DJ의 내한 공연이 늘고 있는데 이 역시 디제잉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강의는 대개 초급반(믹싱)·고급반(스크래칭)으로 나뉜다. 개인 레슨으로 주 1회 2시간씩 들었을 경우 1개월 수강료는 20만원.

믹싱을 마스터한 뒤엔 인근 클럽에 실습을 나간다. 손님이 별로 없는 이른 시간대에는 직접 스테이지에 나서 디제잉 할 수도 있다. 홍대 부근에만 이런 학원이 대여섯 곳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유학생 대상 집중 코스도 있다”고 했다.

　2008년 해외 어학연수를 앞두고 600달러(약 70만원) 상당의 디제잉 기기를 구입했던 이재철(29)씨는 “해외 연수를 준비하는 친구끼리 스터디를 만들었을 때 디제잉도 같이 배웠다”며 “당시 디제잉은 어학연수를 가기 전 서양 문화와 소통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30만원대 저렴한 장비도=디제잉 기기 가격은 30만원대부터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초보자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간단하게 라이브 믹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기기를 구입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LP판 대신 CD를 이용하는 CD J 세트나 모든 기능이 하나의 장비로 압축된 올인원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30만원대 저가형 올인원 장비의 경우도 최고급 기술까지 구사할 순 없다고 해도 두 곡을 섞을 때 BPM(Beats per minute)을 동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컴퓨터가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00만원 상당의 디제잉 기기를 구입한 회사원 양주윤(35)씨는 “집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믹싱이 잘됐다고 생각하면 녹음 파일을 네이버 카페 ‘클럽 디제이’에 올려 자랑하곤 한다”며 “올 연말 파티에서 디제잉으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상가 DJ 믹싱기 판매업체 DJ코리아의 임창욱 매니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열린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판매가 조금씩 늘어 8~9월 매출 급커브를 그렸다.

임씨는 “지난해 5월 한 달 10여대 판매되던 것이 최근엔 한 달 80~90대 판매된다”며 “예전에 고객 중 전문 DJ와 일반인의 비율이 8대 2였다면 현재는 2대 8 수준으로 역전됐다”고 했다.

글=송지혜·김영민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DJ(디제이)=‘디스크 자키’의 줄임말. 국내에선 음악다방에서 음악 틀어주는 사람을 보통 디제이라고 불렀다. 이후 디제이는 여러 의미로 분화됐다. 오늘날 라디오 디제이는 청취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전통적인 의미다. 이 기사에서의 DJ는 ‘힙합DJ, 클럽DJ’로 믹싱·스크래치 등의 기술을 통해 즉흥적으로 음악을 가공해 들려주는 사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