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영장 기각 … 올 3번째 헛물켠 중수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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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요즘 검찰총장 직할 수사부서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최근 수사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중수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법원에서 기각되고 있어서다. 법원은 28일 중수부가 하이마트 선종구(65) 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중수부는 당초 선 회장에 대해 국외재산도피죄 적용을 검토했다. 그러나 ‘해외 재산 은닉’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배임·횡령, 탈세 혐의만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은행 돈을 빌려 지분을 매입하는 이른바 ‘차입매수 방식 M&A’의 경우, 론스타 등의 기존 판례에서 법인에 대한 배임 혐의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며 “이에 따라 이번에는 주주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는데 법원은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중수부가 중견기업에 불과한 하이마트 수사에 나서자 검찰 안팎에서는 “정·관계 인사 등이 연루된 대형사건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수사는 선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를 넘지 못했다.

 중수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8일 정몽구(74) 회장 재판에 대한 선처 청탁과 함께 현대차그룹으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화영(49)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중수부가 동료 의원 사면로비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박양수(74)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구속영장 발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중수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만으로도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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