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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의 라이벌, 상징색도 앙숙 … 너만 보면 피가 끓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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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FC 서울의 몰리나(左), 수원의 에벨톤(右)

FC 서울과 수원 삼성, 고려대와 연세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AC 밀란과 인터 밀란, 한국과 일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빨강과 파랑 유니폼을 입은 대표적인 축구 라이벌이다. 강렬함을 상징하는 빨강과 세련미를 나타내는 파랑의 대결은 보는 이들도 들뜨게 만든다.

 4월 1일에는 서울과 수원의 ‘수퍼 매치’가 열린다. 2010년 어린이날, 두 팀의 대결 때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인 6만747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올해 두 팀의 K-리그 첫 대결은 수원의 홈구장 빅버드에서 열린다. 빅버드에서 푸른 물결과 붉은 물결이 어우러진 장관이 연출될 게 분명하다.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빨강과 파랑의 충돌, 색채가 선사하는 향연은 그래서 즐겁다.

 ◆공격성·속도감 vs 신중함·전문성=유니폼을 선택할 때는 팀이 추구하는 목적과 정체성을 고려해 색을 정하게 마련이다. 빨강은 외향적이고 능동적인 색으로 공격성이 강하다. 반면에 파랑은 내향적이고 수동적이지만 신중한 전략가의 이미지를 준다. 신향선(42) CCI 색채연구소 소장은 “빨강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보는 상대 선수는 공격성과 속도감을 느끼게 되므로 실제보다 더 흥분할 수 있다. 반면에 파랑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보는 상대 선수는 좀 더 신중하면서 실제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벌들이 빨강과 파랑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불과 물처럼 완전히 대비되는 동시에 선명한 이미지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조주형(28) 험멜코리아 디자이너는 “경쟁관계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구분되는 색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빨강과 가장 효과적으로 대치될 수 있는 게 파랑”이라며 “코카콜라와 펩시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색상은 모기업 및 스폰서와 연계되기도 한다. 서울은 LG에서 계열 분리된 GS, 수원은 삼성의 후원을 받는다. 전통적으로 LG는 빨강, 삼성은 파랑을 상징색으로 사용해 왔다. 삼성은 파랑을 팀 컬러로 사용하는 첼시를 후원해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얻기도 했다.

 ◆“파란 닭이네” vs “닭 마크를 새겼네”=서울의 ‘빨강’과 수원의 ‘파랑’은 어떻게 보일까. 서울 유니폼은 빨강과 검정 줄무늬 사이에 가느다란 금색 선이 들어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반면에 수원은 이번 시즌 에메랄드빛이 가미돼 자칫 중후해 보일 수 있는 ‘로열 블루’에 신선함을 더했다는 평가다. 장부다(45) 스포츠 전문 디자이너는 “서울 유니폼은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스타일대로 패션성이 매우 강하다. 목깃이 들어가 클래식한 맛도 더했다”고 평가했다. 수원 유니폼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테크니컬한 디자인이다. 전통적인 용비늘 무늬가 적절히 삽입돼 있다. 목 뒤편에 있는 날개 달린 수원성 무늬는 수원 팬들에게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선수들은 빨강의 강렬함에 더 많이 손을 들어줬다. 김은중(33·강원)은 “아무래도 빨강이 파랑보다 더 강렬해 보인다. 강팀 서울의 이미지가 빨강 유니폼과 합쳐지면 더욱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은선(24·광주)은 “서울은 태양, 수원은 바다 같은 느낌”이라며 “서울의 강렬함이 수원의 평화로움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반면에 디자인 면에서는 수원이 서울보다 낫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울과 수원 서포터스는 서로의 유니폼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 의장 유재영(24)씨는 “수원의 파랑은 춥고 외로워 보인다. 파랗게 오염된 닭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서포터 민지환(42)씨는 “일단 파랑이라면 일본이 생각나고 가슴에 달린 휘장이 태양 같아 보인다”는 위험한(?) 발언을 했다. 서포터 정용철(45)씨는 “첼시 분위기 때문인지 잘사는 동네 클럽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비꼬았다.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의 구은모(25)씨는 서울 유니폼에 대해 “더워 보인다. 빨강에 검정이 더해져 무거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서포터 홍준기(25)씨는 “서울은 유니폼에 르꼬끄 닭 로고를 새겼다. 우리더러 닭이라고 놀리는데 서울이야말로 진짜 닭”이라며 도발하기도 했다.

송지훈·오명철 기자

서울 유니폼

- 서울에 우승을 선물하고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준다는 의미로 ‘더 프레즌트(THE PRESENT)’로 명명
- 전통적인 빨간색과 검은색 줄무늬를 기본으로 역동적인 느낌을 더함
- 르꼬끄가 올 시즌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K-리그 정상을 되찾겠다는 서울의 의지를 담아 제작

수원 서포터스가 본 서울 유니폼

“동대문에서 찍는 서울 유니폼과 아디다스 독일 본사에서 직접 디자인한 수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 유니폼이야말로 가슴에 르꼬끄의 닭 로고가 새겨져 있지 않나. 닭 인증 마크, 정말 우습다.”
“흑염(黑炎)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얼룩덜룩하고 지저분하다.”

수원 유니폼

- 푸른 열정이라는 의미의 ‘블루 피버(BLUE FEVER)’란 애칭으로 불림
- 고유의 로열블루 색상에 빗살 날개 무늬와 수원 화성 이미지를 더해 팀의 역사와 전통을 나타냄
- 아디다스 독일 본사에서 직접 개발 및 디자인을 진행

서울 서포터스가 본 수원 유니폼

“춥고 외로워 보인다. 파랗게 오염된 닭 같은 느낌이 든다.”
“디자인적 요소를 너무 많이 사용해 예쁠 뻔하다 말았다. 참고로 우리 집은 크레파스도 파랑은 버린다.”
“파랑을 보면 일본 대표팀이 생각나고 가슴에 달린 휘장은 태양을 연상시킨다. 일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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