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릭스 마켓은] ‘소비 대약진 운동’나선 중국 … 내수 부양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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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라는 양회의(兩會議)가 끝난 지 제법 됐지만 아직 여운이 남았다. 매번 양회의가 열릴 때마다 다양한 이슈가 생긴다. 이번에는 참석한 대표의 재산이 화제였다. 정협위원 중 7%인 156명이 상장기업 경영진이었고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은 중국 증시의 23%나 된다. 전인대에 참석한 2%(60명), 부자당원의 평균재산은 14억 달러로, 미국의 상위 2% 부자의원의 평균재산 3억 달러보다 많았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이고, 공산당은 노동자·농민 등의 무산계급자의 당이 아니라 부자당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양회의 이후 중국은 ‘소득분배’가 아니라 보시라이 충칭(重慶)시 서기 해임을 계기로 ‘권력분배’ 투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물가상승으로 생활이 팍팍해진 중국인은 10년 주기로 한 번씩 벌어지는 당의 권력투쟁에 큰 관심이 없다. 이번 양회의에서 서방의 관심은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 8%에서 7.5%로 낮춘 것이었다. 정작 중국인은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얼마인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실리에 밝은 이곳 상하이(上海) 사람들은 “GDP는 원자바오 총리의 관심사일 뿐이고, 국민은 식탁의 돼지고기 값이 더 관심”이라고 농담을 한다. 춘절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되고 채소가격도 하락해 2월 물가가 3%대로 내려왔다. 3%대 물가면 중국은 금리인하나 소비부양 조치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양회의 이후 중국의 부동산 주가가 폭락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투기억제를 정권 끝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은 4월부터 5월 초 노동절까지 한 달간을 ‘소비촉진의 달’로 지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소비 대약진 운동’을 펴기로 했다. 이미 가전제품 하향정책의 기한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에서는 지난해 1000만 채의 주택 건설에 착공한 이후 새 가구를 사는 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전인대에서는 4조 위안의 소비상품권을 지급해 내수를 부양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또 양회의 후속 정책인 소비부양책과 양로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의 증시투입 같은 증시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월 중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는 수입대국 중국의 탄생과 내수부양을 알리는 강한 신호다. ‘중국 국민의 최후의 생명선’이라 불리는 양로기금이 증시에 투입된다면 이는 양회의 이후 속락한 증시에 대한 정부의 부양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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