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컴덱스2000] 역사와 올해 행사의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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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첨단 정보기술(IT)의 경연장인 추계컴덱스(COMDEX Fall)가 올해로 21회를 맞았다.

컴덱스는 지난 79년 인터페이스그룹이라는 이벤트 회사에 의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창설됐다.  

`컴퓨터 유통회사들의 전시회''(COMputer Distributors EXposition)''로 출발한 컴덱스는 최초 설립당시 불과 1백50여개 업체가 참가했고, 고작 4천여명의 참관객이 다녀갔다.

초창기 컴덱스는 지금처럼 IT 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행사가 아닌 컴퓨터 신제품을 세계 각국의 판매상들에게 소개하는 PC 전문 전시회였다.

그러나 컴퓨터 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인류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인터넷 혁명이 시작되면서 오늘의 컴덱스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IT 축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컴덱스를 주관하는 미국 키쓰리(Key3)미디어이벤트社에 따르면 전세계 2천3백여개 기업들이 참가해 1만2천여개의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20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천5백여명의 취재진들이 각국에서 몰려들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컴덱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컴덱스의 부상으로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11월이면 도박과 마약의 도시라는 어두운 이미지에서 `IT의 중심지''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열리던 컴덱스는 지난 90년부터 매년 5월 시카고와 애틀랜타에서도 격년으로 열리게 된다.

이 때부터 시카고와 애틀랜타 컴덱스는 춘계컴덱스(COMDEX/Spring), 라스베이거스 행사는 `추계컴덱스''로 나뉘었다.

지난 94년까지 미국 인터페이스사가 주최해 온 컴덱스는 지난 95년 봄 한국계일본인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이 800억엔에 운영권을 사들이면서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맞았다.

한국은 지난 88년 애틀랜타 춘계컴덱스에 현대전자가 전화자동응답 장치를 출품하면서 처음 출전했다.  92년부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관으로 중소업체들의 제품을 전시하는 `한국관''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올해 행사에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등이 공동으로 한국관을 마련했으며, 독립부스를 포함해 모두 1백80여개 국내 업체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갑절이상 늘어난 규모이며 업체수로 볼때 미국, 일본, 대만에 이어 네번째로 많다.

과거 컴퓨터 산업의 획을 그은 주요 제품이나 기술을 보면 거의다 컴덱스를 통해 발표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1년 최초의 16비트 PC인 `IBM PC 5150''을 비롯해 PC/XT(82년), PC/AT(83년), 애플 매킨토시(84년), 컴팩의 데스크프로386(84년, 최초의 386PC) 등이 컴덱스에서 발표됐다.

인텔의 x86계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역대 MS DOS 및 윈도 운용체계(OS)도 컴덱스에서 첫선을 보였다.

올해 행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키보드 대신 펜으로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펜윈도'' 표준을 개발, 발표했다.

올해 추계 컴덱스의 초점은 전자상거래, 무선인터넷, PDA(개인휴대단말기), 휴대폰단말기, 네트워크, 리눅스, ASP(애플리케이션 임대 서비스) 등 분야에 맞춰져 컴덱스가 IT산업 전반으로 영역이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빌게 이츠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는 PC는 물론이고 TV, 오토PC, 스크린폰, 테블릿PC 등 다양한 기기간의 연결 및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역설한 것은 현재 IT기술의 현주소가 어디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잘 전망하고 있다.

이번 컴덱스에서도 서로 다른 운영체제에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거나 인터넷 솔루션을 공유하는 등 네트워크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드웨어의 경우도 TV, PC, PDA, 휴대폰 등 다른 기기들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컴덱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다른 프로그램이나 기종간의 연결(Conectivity)와 상호작용(Interaction)에서 찾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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