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폴리틱스] 사이버 국감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국정감사는 보통의 국감과 여러 면에서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의원들 책상 위에는 1인당 1개씩의 노트북이 놓여졌다.

국감이 시작되자 의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너웨이 국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와 중국 베이징(北京) IT비즈니스지원센터를 화상전화시스템으로 연결했다.

그리고는 국감장이 아니라 노트북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피감기관 직원들과 원격 질의.응답을 벌였다. 바로 사이버 국감이었다.

특히 이날 국감 전 과정은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생중계됐다. 접속자 수는 8만4천여명.

인터넷으로 국감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의원 멋지다" 또는 "여성의원님, 여성의 위력을 발휘해 주세요" 라는 등 격려의 글을 올렸다. "○○○의원은 태도가 불량하다" 는 질책도 즉각 올라왔다.

이런 네티즌들의 의견은 현장의 의원들에게 그때그때 전달됐다.

사이버 국감을 주도한 이상희(李祥羲.한나라당)위원장은 "새로운 정치를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시도해봤다" 며 "해외 피감기관을 감사하려면 과거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노트북 하나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고 했다.

물론 첫 시도인 만큼 의원들의 어색함도 적지 않았다. 김영환(金榮煥.민주당)의원은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니라 전자매체를 매개로 질문하다보니 피감기관을 추궁하는 데 있어선 심리적 거리감을 느꼈다" 고 했다.

그러나 이날 시도된 사이버 국감은 e-폴리틱스의 지평을 또한번 넓혔다는 평가다. 네티즌들이 자기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국감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며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e-폴리틱스는 쌍방향 정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