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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구가 임지호의 아이를 위한 ‘자연밥상’

중앙일보

입력

임지호씨가 흰쌀에 잡곡·콩을 2~3가지 섞어 영양이 풍부한 잡곡밥을 만들고 있다.

 요즘 아이들, 참 건실해 보인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다. 그런데 외양에 비해 속은 부실하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2011년 14.3%로 높아졌다. 체력도 약해졌다. 2010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력검사 결과, 1등급을 받은 학생은2009년에 비해 4만여 명 가까이 줄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는 늘었다. 2006년 약 2500건이었던 학교 폭력 건수가 2010년 540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는 “피자·햄버거·치킨과 같은 인스턴트식품은 소아 비만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각종 화학성분과 유해물질이 함유 돼 있어 알레르기나 아토피 증세를 유발한다”며 “외식을 최소화하고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섭취해야 건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 요리연구가 임지호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약 30년간의 방랑생활을 통해 자연에서 음식을 배웠다는 그는 ‘자연이 곧 사람’이라고 말한다. 둘 다 지나치거나 부족한 점 없이 꼭 필요한 만큼만 존재한다는 점이 같아서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자연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몸에 더해지거나 빠지는 게 없어 온전한 처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날,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산당’에서 아이의 체질과 성향에 따른 건강한 자연 밥상을 차려봤다.

 산당의 조리실에는 다양한 잡곡과 콩이 준비돼 있다. 그는 “뻔한 얘기지만 건강한 밥상의 기본은 ‘밥’”이라면서 “조상 대대로 밥을 주식으로 삼고 살아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 음식의 특징 중 하나가 색이 다양하다는 거잖아요. 색색의 반찬을 하얀 쌀밥이 중화시켜 줍니다. 여러 영양분이 조화를 이루게 해 주죠.”

 그렇다고 쌀밥만 먹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허약한 체질의 아이는 흰쌀에 잡곡 2~3가지와 콩을 섞은 잡곡밥이 가장 좋다. 이 때 쌀을 제외한 잡곡과 콩의 가짓수가 세 가지를 넘으면 안 된다. 종류가 많으면 성분이 흩어져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 어떤 잡곡을 함께 넣는 게 좋을지 고민이라면 비슷한 색끼리 모아 보자. 잡곡이나 콩의 효능은 크게 색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붉은색과 흰색은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소독 효과가 있는 노란색은 저항력을 높여준다. 검은색은 노화방지에 좋고, 푸른색은 기운이 밝아지는데 도움이 된다. 밥을 지을 때 콩을 씻은 물을 사용하면 색감도 좋아지고 맛도 훨씬 고소해진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콩이 맛없는 음식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특정 식재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줘야한다. 말린 콩을 곱게 갈아 쿠키로 만들거나, 두유로 만들어 꿀과 함께 섞어주면 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볶은 껍질을 차로 우려먹는 방법도 있다. 콩 껍질에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저항력을 높여주는 성분이 함유돼 있으니 껍질째 먹는게 좋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콩을 재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료의 형태에 익숙해지면 그 음식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밥을 담는 그릇도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양상추 한 통을 반으로 갈라 속을 빼낸 뒤 초록빛 자연의 그릇을 완성했다. 일반 적인 밥그릇에 담겼을 때보다 훨씬 먹음직스럽다. “자연을 그릇으로 활용해 보세요.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 거니까요. 떨어진 낙엽을 깨끗이 씻어서 그 위에 밥이나 반찬을 올려두면 얼마나 멋진데요.”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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