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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소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3호 39면

“이 선생, 우리도 이제 늙었나 봐.” “그렇긴 하지만, 왜요?”
“읍내 가는 길에 이제 갓 피어난 매화꽃을 보고 깜짝 놀랐어.”
“매화꽃이 피는 줄도 몰랐네.” “벌써 봄이 왔네. 내 원 참.”
“예전엔 동안거 해제하고 나서 이제나 저제나 매화꽃 피길 얼마나 기다렸어!”
“맞아요, 그땐 여기저기 다니면서도 저한테 지리산에 매화꽃 피었느냐고 수시로 물었죠.”
“그땐 왜 그리 매화꽃이 그리웠는지 몰라?” “선방 생활이 춥고 힘들어 더 그리워하신 거 아니었어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젊을 때라 그럴 거야.” “뭐든 때가 있잖아, 젊을 때라 푸릇푸릇해서 그랬을 거야.”
“지금은 매화꽃 기다리는 마음이 그냥 그래.”
“세월을 얻어 생각이 저절로 무뎌진 건지, 생각을 얻어 무뎌진 건지 모를 일이야”
“하여튼 무뎌진 것은 사실이고, 늙은 것도 사실이야.”
며칠 뒤
“스님! 읍내 산복도로에 매화꽃 잔뜩 피었네요.” “꽃구경 가실래요?”
“좋지! 꽃은 피면 예뻐. 그렇지 이 선생?”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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