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구조조정 덩치만 키운다고 문제 해결 안돼"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뱅킹 등 금융 기관의 첨단 기법 도입은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한국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의 데이비드 빅커리 금융부문 수석 파트너는 구조조정과 함께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빅커리 파트너는 27년 동안 전세계 30여 개국에서 금융분야에 관한 컨설팅을 해왔다.

- 인터넷 서비스 도입 등 21세기 은행의 기능과 역할이 크게 바뀌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변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e - 비즈니스를 채용하는데 선두에 선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은행을 이용하는 한국인 고객의 84%는 금융기관의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인터넷 뱅킹 등 첨단 시설을 갖추기 위해 전에 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첨단 서비스 확충 만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인터넷으로는 복잡한 대출은 할 수가 없다.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은행간 경쟁도 매우 중요하다. 똑같은 금리, 똑같은 상품으로는 고객을 유인할 수 없다."

- 한국 정부는 연말까지 금융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IMF와 금융 구조조정 과정을 먼저 경험한 영국은 어떤 식으로 대처했나.
"영국도 25년 전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정부의 역할과 시너지효과, 그리고 시장(고객)의 반응이 그 것이다.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 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추진된 M&A 가운데 70% 정도는 통합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실패 요인은 대부분 결합한 기업간의 전략과 기업문화의 조율이 안됐거나 고객이나 시장의 반응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 컨설팅 회사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은데.
"기업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역할은 바로 기업들에게 정보.경험을 알려주는 데 있다. 특히 나라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컨설팅 회사들은 보통 해당국 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 컨설턴트 비중을 85~90% 정도 두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은 지난해 4월 한국에 진출, SK텔레콤.SK C&C. ASE.효성 등의 자문과 컨설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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