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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원대 현대차 1000주 구입, 팔까요? 아니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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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여보세요 여보세요 배가 아파요/배아프고 열이 나면 어떡할까요/어느어느 병원에 가야 할까요….”(동요 ‘병원놀이’ 중) 어려도 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걸. 자동차가 고장나면 정비소를 찾고, 세탁기가 멈추면 AS센터에 전화해야 한다. 그럼, 투자한 금융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팔거나 사야 할 거 같은 데 잘 모를 때는? 나를 상대하기엔 은행 창구 직원은 항상 바쁘다. 창구 너머 VIP룸의 문턱은 너무 높아 보인다. 이런 ‘장삼이사’ 투자자들을 위해 중앙일보가 준비했다. 투자 전문가들 가운데 ‘금융주치의’를 엄선했다. 이들에게 고민거리 금융상품 처리방법을 들어봤다. 대상은 예금·주식·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돈이 되는 모든 금융상품이다. 1회는 현대차 주식이다. 다음 주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펀드를 진단한다.

2010년 초 11만원대에 현대차 1000주를 샀습니다. 25만원을 넘었다가 지난해 8월, 17만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 주가는 22만원 선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은 별로입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같은 다른 대형주에 비해 주춤합니다. 지금이라도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까요.

현대차 i40(왼쪽)과 쏘나타.

[중립] ‘노후 재테크’ 관점에선 매력적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짧게 보면 현대차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상승탄력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확실한 투자처가 나타난다면 지금 현대차를 팔아 이익실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자산 중 일정 비중은 현대차로 갖고 가는 전략을 쓰실 것을 권합니다.

 현대차는 매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웬만한 종목이나 다른 투자대상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현대차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런 글로벌 기업은 단기적으로 보면 시황에 따라 등락은 있지만 길게 보면 높은 수익을 안겨줍니다. 되도록 장기보유하는 게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10년 전 주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10년간 주가가 대략 5배, 현대중공업은 8배, POSCO는 3배 정도 뛰었습니다. 현대차는 무려 10배가 올랐습니다. 단기투자로 일관했다면 과연 이런 수익률이 가능했을까요?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투자 시기를 적절하게 노려 주식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고 나오는 이른바 ‘마켓 타이밍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량주에 대해 장기투자하는 ‘매수 후 보유 전략(Buy & Hold)’이 대체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다줍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는 사소한 시장의 변동성을 제거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투자에 매우 적합합 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은퇴 이후의 ‘노후 재테크’라는 관점에서도 현대차는 매력적입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높긴 하지만 장기투자를 통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에 선별 투자한다면 든든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후 대비에 부담스러운 요인 중 하나가 물가상승인데, 현대차 같은 우량 종목은 화폐가치 하락을 막아주는 유용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애플·맥도날드 같은 우량주가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올해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도요타·폴크스바겐 같은 경쟁업체에서 신차를 출시하며 글로벌 경쟁이 점점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출 성장률도 과거 3년간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래도 현대차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괜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매각] 실적 전망 안 좋아 … 수익 났다면 팔아야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금융자산입니다. 이미 10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는 그만 팔아서 내 통장에 2억2000여만원이라는 돈이 딱 찍히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분간은 추가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힘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오랫동안 묻어둬도 되고 그 돈 없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면, 좀 더 갖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 주춤합니다.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해외 성장률이 공급능력의 한계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일본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공격적 판촉이 예상됩니다. 폴크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도 중소형 모델을 내놓으며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선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영업환경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현대차의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요즘 주가가 부진한 이유입니다.

현대차의 올해 실적 전망도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외형과 이익 모두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매는 지난해보다 4.6% 증가에 그칠 전망입니다. 다만 판매단가 상승으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6.6% 늘어난 82조9000억원에 달할 걸로 보입니다.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빨리 늘어나는 구조는 바람직합니다. 1분기 실적을 통해 최근의 영업환경 악화가 현대차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중장기 주가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일본 업체들이 1970~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선두권으로 도약했듯이, 현대차도 금융위기를 기회로 메이저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경쟁심화와 고유가라는 불안요인에도 현대차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고부가가치 모델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판매단가가 올라가는 등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또 달러당 1100~1200원대에 머물고 있는 환율도 우호적입니다. 실적과 비교했을 때, 현재 현대차 주가는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보다 더 쌉니다.

 최근 현대차 주가의 약세는 실적이나 재무 요인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1분기 말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보인다면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큽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보유]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 아직 저평가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공동대표

계속 보유하는 게 좋습니다. 현대차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최근 주가는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비록 매수 이후 주가가 배로 올랐고, 최근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보유하시길 권합니다. 현대차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독점성, 그리고 기타 무형의 가치를 모두 고려할 때 국내 상장 기업 가운데 상당히 저평가돼 있습니다. 올해 실적 기준으로 평가한 주가수익비율(PER)은 6~6.5배로 코스피200 종목의 평균보다 30~40% 낮습니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현대차와 같은 성장세를 보일 때 PER은 15배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성장이 정체돼 낮은 PER을 받는 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매출액 기준 12%, 순이익 기준 20%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저평가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 대부분은 해외 생산 비중이 일본 국내를 넘어서기 때문에 엔화 약세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입니다. 도요타의 경우 엔화 약세 수혜가 전체 생산 물량의 23% 정도입니다. 엔화 약세만으로 현대차의 해외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쳐 보입니다.

 오히려 지난 2월 발표된 현대차의 해외 판매 실적은 아주 돋보입니다.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6% 증가했습니다. 이는 일본 경쟁업체의 성장률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1~2월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내수는 -5.7%였지만 해외에선 20.1% 성장해 전체적으로 15.5%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굳이 현대차의 단점을 찾는다면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고, 지난 4년간 주가가 300% 이상 올랐다는 점 정도입니다. 수출 기업이기에 원화 강세는 수익에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이미 해외 현지 생산이 50% 수준에 달하고, 생산이 규모의 경제에 도달했기 때문에 달러당 1050원 정도의 환율 수준까지는 수익성이 그다지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주가 상승 전인 2008년과 지금의 기업 가치를 비교해 보면 지금이 더 매력적입니다. 단순히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부담을 느끼기보다 기업 가치 대비 낮은 주가와 해외 부문의 성장성을 믿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최소한 올해까지 보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공동대표

◆독자 여러분의 상담을 받습니다. 고민거리 금융상품을 갖고 있는 독자분은 중앙일보 금융주치의 자문단에 언제든지 상담을 청하십시오. 전문가가 처방전을 내드립니다. 투자하고 있는 정확한 상품명과 투자 기간, 투자 금액을 적어 e-메일(hyeree@joongang.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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