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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명, 120조원 … 30대 그룹, 고용·투자 통크게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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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사회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직원들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장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구성된 ‘챔버 앙상블’이 지난해 특수학교인 안양 해솔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위해 연주하는 모습.

이달 초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구직자 315명을 대상으로 20대 그룹 가운데 어디에 가장 지원하고 싶어하는지를 알아봤다. 절반에 가까운 47.3%(복수응답)가 삼성그룹을 꼽았다. CJ(36.8%)· SK(36.5%)·LG(36.2%)·롯데(35.6%)가 뒤를 이었다. 20대 그룹사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4.1%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만 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대기업에 대한 국민감정은 다르다. 기업이 잘 나가도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달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은 “채용과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섰다. 회장단은 성명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3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서민들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경련이 집계해 발표한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은 사상 최대인 13만6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고졸은 4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9% 늘었다. 30대 그룹의 전체 투자 규모도 사상 최대인 120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보기술(IT) 업체가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디지털 공부방을 여는 것처럼 회사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소외계층을 돕기도 한다. 박인식(가운데) SK브로드밴드 대표가 직접 통신설비 맨홀 안에서 들어가 케이블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기업도 국민의 지지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은 올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 국민경제를 발전시키고 지속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국민기업으로서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고용 확대를 통한 사회기여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지만 국민이 바로 체감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이 기부와 소외계층 지원에 나서는 이유다. 지난해 8월 정몽구(74) 현대차그룹 회장은 “저소득층 미래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며 사재 5000억원을 내놨다. 이 사업을 맡을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의 이름도 ‘현대차 정몽구 재단’으로 바꿨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출연금도 6500억원으로 늘렸다. 재단은 앞으로 5년간 총 8만4000명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재현(52) CJ그룹 회장도 “가난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 대물림되서는 안된다”며 ‘CJ도너스캠프’에 연봉의 10%를 기부한다.

고용·기부와 함께 상생경영의 3대 축은 동반성장이다. 대기업은 쑥쑥 크는데 중소기업은 고사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세미나에서 “동반성장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아니라, 협력회사가 실제로 경쟁력을 키워 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튼튼해졌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기업과 협력업체 모두 ‘갑을관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참석자들은 양극화를 해소할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살릴 셰티 국제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공정성·정의·인간성을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social contract)’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반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과 안정된 고용 정책을 새로운 사회계약의 네 가지 핵심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결국 상생경영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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