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전력 알고도 공천 준 새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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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새누리 빨간색 새누리당복을 처음으로 입고 나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 공천위원회(위원장 정홍원)가 안일하게 공천자를 결정했다가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공천위는 최근 서울 강남 갑·을에 박상일·이영조 카드를 꺼냈다가 역사인식 논란이 일자 14일 두 사람의 공천을 철회했다. 이 후보의 경우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그의 표현(popular revolt)이 과거에도 번역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 당 내외에 두루 알려졌는데도 공천을 강행했다가 일을 키운 케이스다. 문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공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경북 경주의 손동진 후보는 지난 1월 설 명절을 전후해 지역 기자들에게 돈을 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충남 부여-청양에 공천자로 결정된 김근태 후보는 지난해 유권자들에게 음식을 공짜로 제공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또 경기 안성의 김학용 의원이 올 초 지역 인사들에게 떡 선물 세트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남 서산-태안의 공천자 유상곤 전 서산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캠프 회계책임자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돈을 건네 벌금 400만원을 받고 시장직을 잃었던 전력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지역 대부분 공천위가 사전에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판단하고 공천을 줬다가 탈이 난 경우다. 정홍원 위원장은 15일 부적절 공천 논란에 대해 “여러 가지 물증과 심증이 가는 것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답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고령-성주-칠곡에 공천을 받은 석호익 전 KT 부회장도 도마에 올랐다. 2007년 5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공개 강연에서 여성 인력에 대해 거론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 여성은 XX 하나가 더 있지 않으냐”라고 말해 여성 비하 구설에 오른 전력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홍원 위원장은 “딱 그런(문제된) 부분만 얘기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 보고 얘기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석 전 부회장의 공천을 문제 삼을 방침이다. 한 비대위원은 “비대위원들이 16일 회동을 하고 석 전 부회장의 공천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천위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 전 부회장의 공천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당 관계자는 “공천 시즌 초반 민주통합당이 임종석 전 사무총장 등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을 공천했다가 뭇매를 맞았는데, 우리도 방심하다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새누리당 8차 공천자(11명)

서울 구로을 강요식(50·서울희망포럼 SNS소통위원장)
부산 진구갑 나성린(59·의원) 남구을 서용교(43·당 수석부대변인)
경남 진해 김성찬(58·전 해군참모총장)
인천 남동을 김석진(55·전 MBC 기자)
경기 수원을(권선) 배은희(52·의원) 화성을 리출선(60·연세대 겸임교수) 광주 노철래(62·의원)
충북 청원 이승훈(57·전 충북 정무부지사)
경북 고령-성주-칠곡 석호익(59·전 KT 부회장)
세종 신진(54·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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