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심대평의 ‘비박근혜 연대’엔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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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5년 3월 2일. 국회에서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되자 당시 한나라당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평생 나라 발전을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수도 분할’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 ” 고 말했다. 그러곤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 “박 대표는 ‘정치는 현실’이라고 하는데, 타협할 게 따로 있지, 이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다음 날 당시 심대평 충남지사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번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며 또다시 헌법소원을 내 국론을 분열시키는 책동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장이 극과 극에 섰던 두 사람이 요즘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7년이 지나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와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로 신분이 달라진 두 사람은 ‘신당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 탈당파+국민생각+자유선진당+재야 우파(김덕룡 전 의원·정운찬 전 총리) 등 비(非)박근혜 세력을 묶는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그러나 7년 전의 입장 차 때문에 이런 그림은 초반부터 발목이 잡힌 양상이다. 당장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세종시에 출마하는 심 대표가 세종시 결사 반대자인 박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한다는 것은 ‘정치적 불륜’”이라고 공격했다. 심 대표는 이날 “(합당 내지 연대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도 12일 ‘비박 신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문제로 우리 당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운찬 전 총리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박세일 대표가 추진하는 ‘비박연대’에도 참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박 대표는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대평 대표와 나라, 충청도를 생각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고 여러 형태의 모색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심 대표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양당 구조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생각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입당한 전여옥 의원을 대변인 겸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적극 예우하고 나섰다. 이윤성·박종근·허천·최병국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들을 유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의 공천 승복 으로 새누리당 탈당 행렬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이런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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