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며 설명 안 듣고 가는 환자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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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오거리약국의 황은경 약사(45). 약사나 환자 모두 관심을 갖지 않는 복약지도를 10년째 몸소 실천하는 약사다.

 황 약사는 한 명의 환자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약을 주며 약의 종류·효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일일이 설명한다. 복약지도다.

 시간이 부족하면 중요한 내용을 우선 알리고, 약 봉투에 관련 내용이 담긴 스티커를 붙여준다. 질병 정보가 담긴 안내 글도 준다. 모두 황 약사가 자비를 들여 만들었다. 복용이 불편한 흡입형 천식치료제는 스마트 패드에 사용법이 담긴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여준다.

 황 약사는 “바쁘다며 설명을 듣지 않고 가는 환자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보다 복약 정보다. 약사가 설명하지 않으면 환자가 거꾸로 어디에 쓰는 약인지 알려 달라거나 약 봉투에 기록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복약지도는 환자의 약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집에서 복용하던 약을 가져와 처방전과 겹치는 것이 있는지 봐달라는 환자도 늘었다. 황 약사는 “복약지도 내용에 관심을 갖던 한 환자는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복약지도에 관심 있는 약사 10명이 월 1회 모이는 ‘스터디 팜’도 운영한다. 새로운 약이 나오면 약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관련 질환을 공부해 복약지도에 활용한다. 복약지도 선진국인 일본도 여러 차례 방문해 벤치마킹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복약지도 경연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환자 눈높이에 맞춘 복약지도는 약국 신뢰도로 이어졌다. 약국 규모는 10년 전의 네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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