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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엔 어려운 문제 술술 … 야구·골프는 오후 2~3시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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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 뇌에 있는 생체시계의 영향이다. 생체시계는 지구의 자전 주기에 맞춰 생물체가 살 수 있도록 설계된 몸 속 시계다. 주기적 환경변화를 예측한 생물체는 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교한 시간장치인 생체시계를 갖도록 진화했다.

최근엔 건강관리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지면서 개인의 생체시계에 맞춘 ‘생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희대 의대 생체시계연구실 조세형 교수는 “자신의 생체시계를 알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생체리듬을 활용한 건강법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직장인 김경훈(34·서울 관악구)씨. 3년째 야간 빌딩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3교대로 업무가 돌아가는데 두어 달 전부터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잠을 못 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을 자려고 일찌감치 침대에 눕거나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근무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져 동료의 눈총을 받는 일도 잦아졌다. 요즘엔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몸이 언제 자고 일어나야 하는지 알려주는 생체리듬이 망가진 것”이라며 “전기가 개발된 이후 24시간 일하는 직종이 늘면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생체시계는 개인마다 조금씩 시간 차가 있다. 자신의 생체시계를 알려면 잠을 언제 자는지 파악하면 된다. 예컨대 밤 늦게 잠을 잔다면 생체시계가 전체적으로 뒤로 미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평균 24.2~24.5시간을 주기로 움직인다. 현대사회는 야근·TV시청·인터넷 게임 같이 야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에 맞춰 생활하다 보면 생체시계도 뒤로 밀린다.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에 맞춰 활동하려면 늦어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수면시간을 줄인다. 신 교수는 “성인을 기준으로 8시간은 자야 한다”며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기상시간을 조정해 생체시계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아침 7시에 일어난다면 밤 11시엔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아침에 깨어날 때 햇빛 쬐면 쉽게 일어나

아침 7시에 일어난다면 우리 몸은 6시부터 깰 준비를 시작한다. 새벽 6시엔 신체를 각성시키는 코티솔 호르몬 수치가 높다. 이때 햇빛을 쬐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생체시계는 햇빛·알람시계·식사 같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햇빛에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햇빛을 쬐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면장애를 치료할 때 광(빛) 치료기가 활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침 7~8시 사이에는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오전 8시에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멈춘다. 이 시간대엔 남성호르몬 분비도 하루 중 정점을 찍는다. 잠에서 깨서 활동을 하라는 신체 반응이다. 하지만 혈압이 높은 사람에겐 이런 신호가 반갑지 않다. 자칫 심장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오전 10시엔 두뇌 각성 상태가 가장 높다. 집중력과 문제 해결력이 높아져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오후 2시에는 눈으로 보면서 손을 움직이는 반응이 최고조에 이른다. 예컨대 바늘구멍에 실을 꿰거나 날아오는 공을 방망이로 잘 칠 수 있다는 의미다. 골프를 할 때 골프채로 공을 잘 맞춘다. 오후 3시에는 반응시간이 매우 짧아진다. 순발력과 민첩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오후 5시에는 신체활동을 하기에 최적의 몸이 된다. 운동선수가 오후 3~8시에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오후 6시에는 심장과 폐 기능이 좋아진다. 하루 중에서 숨쉬기가 가장 편하다. 근육의 힘과 유연성도 높아진다.

 저녁 7시에 이르면 체온이 가장 높이 올라간다. 밤 9시부터 인체는 잠을 잘 준비를 한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된다. 이 시간 이후부터는 휴식 모드로 들어간다. 새벽 2시는 가장 깊이 잠든 시점이다. 성장호르몬도 이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아이들은 이때 키가 쑥쑥 크고, 근육세포가 만들어진다. 새벽 3시는 피부 세포의 회복력이 가장 좋았다. 미인이 되려면 적어도 이 시간대에는 숙면을 취해야 한다. 새벽 4시에는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비율이 가장 많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만을 촉진하는 호르몬의 분비 영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세형 교수는 “자신의 생체시계에 맞춰 일을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근·늦잠으로 생체시계 무너지면 건강도 엉망

만약 생체시계가 헝클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교란돼 수면장애를 겪는다. 또 밤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심혈관계질환·당뇨병을 앓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험 동물의 수명이 짧아지고, 백내장·각막 이상 같은 노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배기호 교수는 “생체시계 유전자는 다른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조절해 신체가 일정한 리듬을 갖도록 도와준다”며 “생체시계가 헝클어지면 혈압이나 혈당치가 올라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생체시계를 활용해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시간치료법이다. 약물의 투여 시점을 질병의 활동 주기에 맞춰 복용해 약효를 높이는 식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고지혈증 약도 저녁식사 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콜레스테롤이 주로 저녁이나 밤에 생성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가 식사를 하기 전에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도 비슷한 논리다. 식사 후 높아진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미리 혈당을 조절하는 약을 투약하는 셈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윤지연 약제팀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혈압은 보통 아침에 많이 올라간다. 혈압약을 복용한다면 아침에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잠을 잘자는 법 ※제공: 대한수면학회

1 항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2 잠자리에 들기 4~6시간 전에는 커피 등 카페인을 먹지 않는다. 하루에 복용하는 카페인의 총량도 줄인다.
3 담배 등 니코틴을 피한다. 특히 밤에 자다가 깼을 때 주의.
4 잠을 유도하기 위해 술 마시는 것을 피한다. 쉽게 잠들 수 있지만 잠을 자다가 깨 오히려 잠을 설치게 만든다.
5 잠자기 전에 많이 먹지 않는다. 다만 가벼운 간식은 수면을 유도한다.
6 오후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면 3~4시간 전에 격렬한 운동은 수면을 방해한다.
7 가능하면 소음을 줄이고 빛의 밝기를 낮춘다.
8 자명종은 잠자리에서 치우는 것이 좋다.
9 낮잠을 피하라.
10 잠자리에 들기 전에 더운물로 20분 정도 목욕하라.

※밤 11시에 잠을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날 때 기준 [일러스트=강일구]

오전 6시 각성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가장 높음. 몸이 깰 준비를 시작함

오전 7시 혈압·맥박이 높아짐. 심장 발작 가능성이 커짐

오전 8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멈춤. 남성호르몬 최고치 유지

오전 9시 하루 중 체중이 가장 가벼워짐

오전 10시 각성도가 높음. 집중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높아짐.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효과적

오후 2시 눈과 팔의 협조가 가장 좋아짐

오후 4시 반응 시간이 가장 짧음. 민첩성이 좋아짐

오후 5시 폐와 심장의 효율이 가장 좋아짐. 근육의 강도와 유연성이 높아 운동을 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

오후 7시 체온이 가장 높음

오후 9시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됨

오후 11시 잠자리에 들 시간

오전 1시 자연스러운 분만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음

오전 2시 가장 깊게 잠이 듦

오전 3시 피부 회복력이 가장 좋음

오전 4시 자연분만으로 아기가 가장 많이 태어나는 시간

오전 5시 체온이 가장 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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