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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개죽음 된다해도 박근혜에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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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11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보수의 분열’ 속에 새누리당 이재오(사진 왼쪽) 의원과 정운찬(오른쪽) 전 국무총리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이 제3 신당행을 택할 경우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20여 명의 의원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 성동갑 공천에서 탈락한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12일까지 재심청구 결과가 오지 않는다면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다. ‘나가라, 쫓아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공천으로 인해 보수와 여권이 분열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보복·밀실·불통 공천을 자행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 정홍원 공천위원장, 권영세 사무총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설사 개죽음으로 결론 난다 해도 앉아서 박 비대위원장에게 처형당하고 정치를 마감할 수 없다”며 “이재오 의원에겐 ‘이해하시겠지’란 생각에 상의 안 드렸고 우선 혼자 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탈당 움직임에는 강승규·권택기·신지호·윤석용·이화수·진성호 등 공천에서 탈락한 다른 이명박계 의원 6~7명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밝힌 안상수 전 대표와 이윤성 의원 등 중진들까지 가세할 경우 10명이 훌쩍 넘는다. 국민생각 등과 제3 신당을 만들 동력이 생기는 셈이다.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도 “2~3일 내 범중도우파가 단결하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은 공천이 확정된 자신의 지역구(서울 은평을)에서 침묵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한 지지자가 ‘무대로 나와 나라를 구해달라’고 한 데 대해 “제 맡은 바에 열심히 하겠다”고만 답했다. 한 의원은 “이재오 의원이 가만히 있는 것은 동반 탈당할 의사는 없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이명박계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의 성격상 측근들이 잘려나가 나 홀로 출마하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어서 조만간 뭔가 결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운찬 전 총리도 제3세력 동참 여부에 대해 결심을 미루고 있다. 그는 지난주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으로부터 ‘중도보수세력을 결집해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는 “하루이틀 시간을 달라”며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어 9일 이명박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하며 19대 총선을 포함해 향후 정국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정 전 총리는 본지와 통화에서 “나라를 위해 일할 생각은 있으나 (이번 총선에선) 준비된 게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가 신당에 참여해 ‘비(非)박근혜 연대’ 세력의 중심에 서는 것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를 아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정 전 총리의 스타일로 볼 때 지금 신당을 주도해 총선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이미 때늦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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